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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태영 변호사의 공덕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지정 주역
장한 신심이 일군 눈부신 성과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다운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물론 부처님의 제자로서 신실한 불자의 삶을 살겠다는 서원 같은 것들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은 아기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날이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아기부처님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 불자들이 절마다 연등을 켜는 것은 스스로에 내재돼 있는 불성에 밝은 지혜의 불을 밝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성스런 날에 불자라면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고(故) 용태영(1929~2010) 변호사입니다. 그의 땀과 눈물과 장한 신심이 아니었다면 부처님오신날은 지금과 같은 전 국민의 축제의 날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이 국가의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배경에는 그의 눈물과 용기와 장한 신심이 있었습니다.

불교계가 정부에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지정을 공식 건의한 것은 1963년이었습니다. 정부는 이미 1945년 기독교의 예수탄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자신들 편의대로 예수탄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했고,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편했으며 미국 대통령 흉내를 내며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 선서를 했던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법정공휴일로 확정됐습니다.

해방 당시 기독교인이 3~4%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 또한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예수탄생일이 공휴일이라면 1600년 역사를 가진, 역사적으로 ‘연등회’라는 이름으로 역대 조상들의 최대 축제의 날이었던 부처님오신날은 당연히 공휴일이 돼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불교계의 요구를 가볍게 일축했습니다. “예수탄생일을 휴일로 한 것은 범세계적인 추세 때문일 뿐 특정종교 기념일을 공휴일로 제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거절이유였습니다. 가까운 대만도 일본도 중국도 휴일이 아닌데 기독교 나라도 아닌 우리가 예수탄생일만을 휴일로 지정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때 고졸학력으로 204일 만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용태영 변호사가 나섰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쉽지 않은 소송이었습니다. 용 변호사는 “특정종교의 기념일을 휴일로 할 수 없다”는 판사 말에 그러면 기독교의 특정기념일을 휴일로 지정한 것 또한 논리적 모순이니, 예수탄생일도 휴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변론은 11차에 걸쳐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은 각하였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의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정부의 압력으로 다른 소송은 맡지 못했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용 변호사는 결국 집을 팔아야 했습니다. 군사정부 시절 협박과 회유 또한 집요하고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용 변호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에 상고했고 치열하게 변론을 이어갔습니다. 용 변호사의 의지에 여론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불자들이 전국에서 들고 일어났습니다. 재판이 있는 날이면 상경하는 불자들이 너무 많아 고속도로에서 경찰들이 버스를 가로막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정부는 결국 1975년 부처님오신날을 국가법정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장한 신심과 용기, 정의감으로 평생을 일관했던 참된 지성인 용태영 변호사와 불교계 모두의 승리였습니다. 용태영 변호사는 스스로 제정했던 35번째 부처님오신날을 며칠 앞둔 2010년 5월3일 80세를 일기로 세연을 접었습니다.

▲ 김형규 대표
불기2561년 올해의 봉축표어는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입니다.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고 세상에 당당하게 주인공임을 외칠 수 있는 그런 참다운 불자의 길을 열어 준 고 용태영 변호사의 공덕을 기억하는 그런 봉축이 됐으면 합니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390호 / 2017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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