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줌머인연대는 5월1일 서울 용산구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멜(20) 줌머족학생연합지도자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그에 합당한 군대의 처벌, 희생자 가족에 대한 보상, 치타공 산악지대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 철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재한줌머인연대에 따르면 4월19일 방글라데시 소수민족 줌머인들의 터전 치타공 산악지대에서 방글라데시 군대에 의한 줌머족 청년의 고문치사사건이 벌어졌다. 군대는 4월5일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응시 중이던 로멜군을 방화사건 혐의로 체포하고 고문했다. 로멜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사망했고 군대는 부검이 끝난 로멜군의 시신을 빼앗아 불태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르마 재한줌머인연대 활동가는 발언을 통해 “치타공산악지대에서만 방글라데시에서 유일하게 군대가 주둔하고 행정에까지 관여하고 있다”며 “방글라데시정부는 1997년 체결한 평화협정을 이행하고 치타공산악지대에서의 군대철수, 줌머족의 자치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줌머인연대는 “특히 부처님을 테러범으로 규정한 논문을 신문에 발표하는 등 이번 사태를 덮기 위해 종교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그동안 불교 승려 살인, 성폭행, 토지강탈 등 줌머족에 대한 탄압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돼왔다”고 규탄했다.
이날 줌머인연대는 성명 내용인 포함된 항의 서한을 방글라데시 대사관 측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대사관 측의 갑작스러운 약속 취소로 우편함에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편, 대부분 불교신자이며 몽골인종인 줌머인은 이슬람 국가 방글라데시 인구의 98%차지하는 벵갈인들에게 지역, 인종, 종교, 문화 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탄압의 대상이 됐다. 탄압을 피해 한국으로 건너온 줌머인들은 1997년 ‘재한방글라데시 선주민 불자연합’을 만들어 방글라데시에 남아있는 줌머인의 인권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에는 모임의 이름을 재한줌머인연대로 바꾸고, 줌머인 소수민족권리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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