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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악화돼 혈액투석…이식만이 유일한 희망

  • 상생
  • 입력 2017.05.01 17:14
  • 수정 2017.05.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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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미얀마 사헤민랏씨는 매주 2회 혈액투석을 받아야 한다.

경남 김해 서상동에 위치한 한 건물에는 유독 많은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오고간다. 이 건물 3층에 들어서면 사방 빼곡하게 책이 꽂혀 있다. 수백 권은 될 것이라는 게 그곳에 모인 미얀마 청년들의 설명이었다. 미얀마어는 물론 한국어 교본과 영문판 책 등 종류도 다양했다. 책을 빌려가고, 반납하고 또 기증도 이어지는 등 운영은 시내 도서관과 다르지 않았다. 바로 부산, 김해, 울산에 거주하는 미얀마 공동체 ‘황금빗살’의 쉼터인 ‘황금빗살 도서관’이다.

미얀마 노동자 사헤민랏씨
생계·공부 위해 한국행
기증자 있지만 국내선 불가

도서관의 설립자는 미얀마 사헤민랏씨(34)다. 그는 22살 때인 12년 전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돈을 버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도 타국행을 단행하는 데 한 몫을 담당했다. 돈을 벌면서 배움도 이어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부품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틈틈이 누구보다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며 책을 통해, 경험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 생활의 적응 속도를 높여 나갔다.

무엇보다 사헤민랏씨는 한국에서의 빠른 적응을 바탕으로 고국에서 온 다른 미얀마인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도반이 됐다. 개학을 앞두고 숙식이 마땅치 않은 교환학생들을 위해 거처를 마련해 주는가 하면 일에 적응 못한 채 방황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따뜻하게 격려하며 다시 업무 현장으로 이끄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형, 동생을 자처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미얀마인들의 고충을 읽고 풀어내는 멘토 역할을 이어왔다.

황금빗살 도서관도 그 과정에서 탄생됐다. 사헤민랏씨는 “책은 가장 소중한 배움의 장”이라는 생각으로 김해 담마야나선원 내 작은 책 코너를 개설한 것을 계기로 두 차례의 이전을 거쳐 3년 전 현재 위치에 지금의 도서관을 설립했다. 매달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자발적인 후원금을 모아 운영을 했지만 사실 월세를 맞추기도 벅찰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사헤민랏씨는 빠듯한 자신의 월급을 다시 쪼개어 월세를 맞추는 등 도서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끄는 데 헌신했다. 덕분에 지금의 도서관은 50여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쉼터이자 미얀마에서 한국에 첫발을 디디는 미얀마 이주노동자, 미얀마 교환학생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재부 미얀마 사람들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공간으로 정착이 됐다.

도서관을 지극정성으로 운영한 사헤민랏씨는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했다. 낮에는 도서관 일로 분주했던 탓에 야간근무를 해야 했던 그는 이미 2010년부터 종종 혈압이 치솟거나 극도의 피로감이 찾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대·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고충을 수시로 겪어야 했다. 그 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를 반복하던 중 혈압이라도 낮춰보고자 부산의료원을 찾아갔을 때, 그에게는 병명도 생소한 ‘만성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과 증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었습니다. 혈액투석이라는 말 자체도 알아듣지 못했으니까요. 그저 가능하면 약으로 처방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약만 먹어서는 나아지지 않았어요. 뒤늦게 신장이 좋지 않은 저의 건강 상태를 절감했습니다.”

이제 막 도서관이 자리 잡기 시작한 때, 하루하루가 아쉽던 시기에 그는 병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지도, 도서관을 누군가에게 맡길 수도 없었다. 치료시기를 놓친 탓에 결국 지난 2월부터 주2회 혈액투석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했다.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주2회 휴무를 허용하는 회사가 어디 있을까. 일은 그만둘 수밖에 없지만 혈액투석을 위한 병원비는 꼬박꼬박 지출됐다. 다행히 그의 안타까운 사정을 접한 부산의료원에서 감면 혜택을 최대한 적용했고, 미얀마 공동체에서 치료비를 일부 부담하고 있긴 하지만 지불해야 할 투석비는 매회 10만원을 넘어서는 실정이다.

사헤민랏씨는 평생 혈액투석을 받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결심을 했다. 신장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판단아래 신장 기증 희망자를 찾기 시작했고 극적으로 미얀마에 거주하는 신심 깊은 기증 희망자를 찾는데 까진 성공했다. 하지만 기증 희망자가 있다고 해서 신장이식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었다. 미얀마 공동체에서 사헤민랏씨를 대신해 국내 신장이식 센터에 문을 두드리고 가능한 방법을 모색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이렇다보니 사헤민랏씨와 미얀마공동체는 모국인 미얀마를 거쳐 제3국에서 수술하는 길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절차도 절차이지만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수천만 원이 들어가게 될 이식수술 비용을 환자와 공동체에서 모두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사헤민랏씨가 한국에 왔을 당시부터 그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담마야나선원 빤딧짜 스님은 “한국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혈액투석 비용도 빠듯하기에 하루 빨리 수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도움과 관심을 주실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인연이 닿을 수 있길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90호 / 2017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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