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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륵한 신심으로 길 떠나니 2600년 전 부처님 화현하시네

3. 순례 모임

▲ 무왕과 선화공주의 설화가 깃든 익산 미륵사지를 순례하고 있는 법보신문 삼국유사 성지순례단. 답사단의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장을 찾은 문화재청 관계자가 제석사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순례는 돌아옴을 기약할 수 없는 고난의 길이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출발해 사막과 설산을 넘어 부처님 성지에 도달한 구법승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진리에 대한 믿음과 실천의 숭고함을 가늠해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문명이 일상화시킨 편의는 목숨을 걸어야만 했던 순례에 여행의 의미를 부가했다. 신심 배양과 부처님 참배의 의미를 망각한 채 취미 혹은 여유시간 활용으로 여기며 순례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안에 부처님 성지에 닿을 수 있는 세상에서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런 귀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순례가 건네는 감동에 오롯이 집중하며, 자신의 신심을 확인하고, 더욱 굳건히 다져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기도하고(신행), 함께 바라보며(문화유산), 함께 실천해(나눔) 결국 부처님과 닮아가려는 갸륵한 신심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부처님께서 돌린 법의 수레바퀴가 2600여년 지난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돌아옴 기약없는 고난의 길
교통발달로 여행의미 더해져
순례 본래 의미 망각·퇴색돼
본질에 집중해 떠나는 사람들

신행·답사·나눔 등 특화돼
함께 기도하며 신심 고취하고
문화재 공부해 불교 이해 넓혀
신심 굳건히 해 나눔으로 회향


신행순례

◆ 부산 여래사 불교대학 108산사 순례팀=여래사 불교대학 108산사 순례팀은 2015년 1월 발족됐다. 여래사가 진행했던 다라니기도의 참석률 저조로 신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편을 모색했던 게 계기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불교대학 학생들이 제안한 ‘사찰순례’였다. 버스 한 대를 채우지 못했으니 시작은 단출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섯 번째 순례부터는 버스 2대가 가동돼야 할 정도로 인원이 늘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기도, 그것에 집중했을 뿐이다.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사찰 3곳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3년간 108곳 방문을 목표로 했다. 버스 안에서 전원 동참으로 ‘천수경’을 독송하고 예불을 한다. 함께하니 신심은 나날이 깊어졌다. “순례 후 일상에서 기도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하는 동참자가 늘어났다. ‘봉축 때만 절에 가는’ 불자들이 순례를 다녀온 뒤로는 발심하여 여래사 불교대학에 입학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포교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셈. 최우성 여래사 불교대학 108사찰 순례팀 운영회장은 “3년이라는 기간을 꾸준히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순례를 시작했을 때의 초발심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순례팀 동참자들은 합심하여 서로의 신심을 북돋워주는 도반이 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합장하는 사람들=2003년 포교를 목적으로 인터넷카페 ‘합장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졌다. 인터넷카페가 한창 유행할 때는 온라인 만남만으로도 포교라는 목적이 충족될 수 있었지만, 유행이 시들시들해지자 새로운 활로가 절실해졌다. 카페 개설 10주년 법회에서 본격적인 순례모임이 태동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합장하는 사람들은 순례법요집을 만들고, 버스로 이동할 때 다함께 기도했다. 회원들의 발심을 이끌고자 108개 사찰을 정해 순례 때마다 낙관을 받도록 했다. 해당 사찰 고유의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논산 호국연무사에서 3500명 장병들과 함께 회향법회를 진행했다. 그렇게 44개월 동안 108사찰을 순례했고 이 기록은 고스란히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이 과정에서 깊어진 신심은 또 한 번의 순례 여정을 탄생시켰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약사기도도량 순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기도에서 출발한 이들의 순례는 기도로 회향하며 또 다른 기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 유리만행회=창녕 관룡사는 2015년 3월8일 ‘유리만행회’ 입재식을 갖고 약사도량 순례를 시작했다. 약사여래불 12대원의 현대적 실천을 발원하며 시작된 순례는 매월 음력 18일 약사전이 조성돼 있는 사찰 1곳을 찾아 1시간 이상 기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약사전에서 약사기도집에 따라 약사여래불 진언 염송, ‘약사경’ 독송 등을 하며 몸과 마음의 평화를 발원한다. 많은 사찰을 순례하기보다는 약사여래불 12대원 중 한 가지 원력을 주제로 정해 기도를 충분히 하고 사찰 역사까지 공부하며 신심을 증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기도의 힘은 나눔으로 이어졌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유리만행회는 1인당 월 5만원의 회비 가운데 경비를 제외한 금액을 적립, 저소득 환자들을 후원한다. 나눔은 다시 기도로 이어져, 매월 음력 8일 약사재일이면 관룡사에서 약사기도 법회 및 사경 기도를 봉행하며 약사기도와 수행을 이어간다.

문화유산순례

◆ 미소원=미소원은 2011년 11월 사단법인으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찰 문화유적답사의 닻을 올렸다. 이전에도 성지순례를 진행해왔지만, 문화유적답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문해설사를 동반하여 보다 깊이 있는 순례가 될 수 있도록 차별화했다. 전문해설사는 방문 사찰의 문화적 특징과 문화재를 소개하면서, 진리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함께하고 있음을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둔다.
미소원 문화유적답사를 진행하고 있는 김춘식 전문해설사는 “불자들이 사찰예절이나 기본교리를 모를 뿐 아니라 사찰에 깃든 불교문화도 인지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며 “미소원의 답사에서 문화를 공부하는 동안 동참자들은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동참자들이 답사를 통해 자신의 신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꾸준히 문화답사에 동참한 한 참가자는 “가족들과 여행을 갔을 때, 답사에서 배운 내용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불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 법보신문 삼국유사 순례=법보신문이 2016년 4월 출범한 ‘삼국유사 성지순례’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한국불교사의 현장을 찾아 떠나고 있다. ‘삼국유사’는 고대사를 살필 수 있는 대표 역사서로 설화와 전설, 민담도 담겨 있어 상상과 사유의 폭을 넓혀 준다. 현장을 방문해 옛 시공간으로 들어가 당시 사람들이 전하고자 했던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경험은 일반적인 순례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특히 방문지마다 해설을 듣기에 앞서 부처님께 참배하고 그것에 깃든 신심을 헤아리는 과정을 통해 단순히 문화재가 아닌 예경의 대상인 성보로서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나눔순례

◆ 108산사순례=‘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는 108산사를 찾아 108불공 올리고 108선행으로 108공덕 지으며 사찰 한 곳마다 염주 한 알씩 채워 넣었다. 2006년 9월 불보종찰 통도사에서 대장정의 첫걸음을 내딛은 지 9년 만인 2015년 10월 108평화도량으로 불리는 수락산 도안사에서 단주의 마지막 한 알을 꿰었다. 이와 같은 장도를 펼쳤던 108산사순례기도회가 더욱 특별했던 건 나눔에 있었다. 농어촌직거래장터 개설, 장병들에 초코파이 전달, 지역축제 동참, 다문화가정 108인연 맺기, 장학금 전달, 108효행상 시상 등 다채로운 자비실천으로 방문하는 지역마다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30억원 넘는 농산물을 구매했고, 415만개의 초코파이를 장병들에 선물했다. 108산사순례기도회를 계기로 전국 각지 사찰에 산사순례단이 만들어져 마찬가지의 자비 나눔을 대한민국 구석구석 뿌리고 있다. 한국불교의 새로운 신행문화 정착을 선도했던 것이다. 그 여정은 ‘마음으로 찾아가는 53기도량 순례’가 되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 청계사 향기법문 108선원순례단=의왕 청계사 108선원순례단은 2012년 결성됐다. 안거기간 동안 선원에서 수행하는 스님에게 대중공양을 올리며 신심을 견고히 하는 동시에 일상 속 신행을 실천하겠다는 취지였다. 단장이자 의왕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이 10년 넘게 안거 때마다 홀로 선원 대중공양을 다니다 뜻있는 보살 33명이 모여 순례가 시작됐다. 스님들이 정진해서 원만히 깨달음에 이르길 발원하는 마음에서다. 정진을 위한 시간을 내기 힘든 재가불자들이 깨달음의 열망을 담아 지극한 마음으로 스님들께 올리는 공양은 수자타의 공양과 다름없다. 선원순례단은 순례청규를 만들어 행하면서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순례를 다닌다. 하얀 옷을 맞춰 입는 것도 여행이 아닌 순례의 길 위에 있음을 자각하기 위함이다. 정갈한 몸가짐은 순례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봄, 가을. 동안거, 하안거 1년 4차례 순례를 지속적으로 다니며 단원들은 어느덧 변화된 일상을 체감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져 가족과 지인들까지 금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유경희 순례단 회장은 “처음 순례단에 왔을 때 사찰예절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동참하며 여법하게 위의를 갖추는 모습에서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90호 / 2017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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