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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강의 잘하려면

불교학자 강의 평판 낮아
잘 가르치려는 노력 부족
지도방법 고민은 필수적

며칠 전 박찬욱 밝은사람들연구소장과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늦깎이로 불교를 연구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강의 잘하기로 유명하다. 1200명의 동국대 교수와 강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의 평가에서 여러 차례 1~2위를 다툴 정도라는 점도 교수·강사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사실이다.

모르면서 잘 가르칠 수 없지만, 많이 안다고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누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듣는 이들의 반응이 크게 달라진다. 종립대학에서 필수과목인 불교교양 강좌를 가르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불교가 자신의 종교가 아니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학생들에게 불교 강좌는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통과의례다. 이런 상황에서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이라는 학사규정은 말을 냇가로 데려가는 일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 말에게 물을 먹이는 일은 강의를 담당하는 이의 열정과 신뢰, 그리고 전달 기술에 의해 좌우된다.

다른 이들의 강의 방법을 연구한다는 박 소장의 불교 교양강좌가 일반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는 ‘우리 삶이 교과서이고 불교가 참고서’라는 명제에서 모든 강의를 진행한다고 했다. 삼법인, 사성제, 팔정도, 연기법, 공이라는 쉽지 않은 개념들과 인도불교, 중국불교, 한국불교의 장구한 역사에 대한 지식의 전달을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그는 불교가 자신들을 지혜롭게 해주고, 살아가는 데 유익할 수 있음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강의 방식도 달라졌다. 무아를 설명하기에 앞서 “무엇을 나라고 할 수 있는가”를 글로 써보도록 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돌아보도록 유도했다. 또 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눠준 뒤 이것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참여했는지를 팀별로 나눠 숙고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레 연기의 법칙을 설명했다. 때로는 물이 담긴 컵에 잉크를 떨어뜨리고 어떻게 깨끗이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지속적인 선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소장은 강의를 위해 주전자와 컵, 사탕은 물론 명상음악을 이용하기도 했다. 학기말에는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각각의 성적이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고 불교가 좋아졌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박 소장이 이렇게 강의할 수 있는 것은 교양강좌라는 특성에서 비롯됐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불교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연구하고, 적용하려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불교학자들은 다른 분야의 학자들보다 외부강의가 많은 편이다. 사찰 불교대학이나 불교단체에서 특강을 요청하는 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불교학자들은 대학 강의평가에서 그렇듯이 사찰에서도 평판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강의하는 목적과 지도방법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지 않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

▲ 이재형 국장
부처님은 탄생게에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이어 ‘삼계개고 아당안지’를 말씀했다. 삼계가 다 고통 속에 빠져 있으니, 내 이를 마땅히 구제하리라는 위대한 선언이다. 불교학자건 스님이건 불법을 설명하는 일이 지식의 전달로 그치면 허망한 일이다. 상대방의 고통을 편안케 해주려는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가르침보다 더 혹독한 가르쳐짐은 없다고 했다. 불교계에 지도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체계화가 절실하다.

mitra@beopbo.com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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