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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광하처무(淸光何處無)

국민 비추는 보름달 되시라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시작됐다. 5자 대결이었지만 압도적인 표차였다. 겨울과 봄을 관통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작은 촛불들의 염원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이번 선거는 ‘나라의 주인은 곧 국민’이라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의미를 각인시켰다.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잘못된 권력의 길을 걸었을 때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역사에 깊이 아로새겼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대통령 앞에 놓인 문제들은 녹록치 않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주변을 둘러싼 국제정세 또한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은 인수위 과정도 없이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 임무를 시작했다. 그야말로 칼날 위에 서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 보여준 대통령의 소통과 화합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출퇴근길에 국민들과 친근하게 사진을 찍고 비서관들과 웃옷을 벗고 함께 둘러앉아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은 정권이 교체되고 시대가 바뀌었음을 체감케 한다.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에 우리의 입장을 당당히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은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였다. 그러나 최근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이라는 대답이 74.%를 상회했다.

남송시대 허당 스님의 법어집 ‘허당록(虛堂錄)’에 ‘차야일륜만(此夜一輪滿) 청광하처무(淸光何處無)’라는 구절이 있다. “이 밤 둥근달, 푸른 달빛이 비추지 않은 곳이 어디인가?”라는 의미이다. 둥근달은 보름달을 뜻한다. 보름달은 어느 한 곳만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공평무사하게 온 천지를 가득 비춘다. 그게 보름달의 소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씨는 ‘문’이다. 영어로 달을 뜻하는 문(Moon)과 발음이 같아 ‘달’로 불린다.

국민들은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 푸른 달빛을 만났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서민들의 팍팍한 삶 은은하게 비추는 아름다운 보름달로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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