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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의 병, 마음의 병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5.15 15:26
  • 수정 2017.05.15 15:27
  • 댓글 0

장애 딸 가진 법당봉사 거사님
딸에게 성내는 보살 보며 상처
아픔 쉬러온 이 따뜻히 배려해야

지난 겨울, 아버지와 딸이 절에 올라왔습니다. 딸은 20살이 넘었지만, 2살 정도의 지능으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습니다. 거사님 역시  오랜 세월 딸을 돌보면서 생긴 여러 가지 병으로 힘들어합니다. 단발음의 소리를 지르며 의사를 표현하는 딸과 그 뜻을 알아듣고 챙겨주는 거사님은 이후에도 종종 법당이나 도량에 앉아 있다가 갔습니다. 절 일을 함께할 때면, ‘조금이라도 복이 되어서 우리 딸이 다음 생엔 잘 태어났으면 좋겠다’며 더 열심히 합니다. 딸이 쉴 만한 여유 방 하나 없는 작은 절이라 안타까워서 ‘좀 더 큰 절로 가보시라’고 권해도 씁쓸히 웃기만 했습니다.

나중에서야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딸을 불편해 하고, 싫어한다고 합니다. 어느 절, 노보살님이 딸을 향해 심하게 욕 하는 것을 본 이후로, 절에 가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요즘 우리 절에 다니면서 딸이 많이 좋아졌다며, 다른 절에 가라는 말은 하지 말아달랍니다. 그 순간 거사님의 신심과 마음 상처를 보았지요.

생로병사 속에서 크고 작은 병고는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아플 때는 오직 자신의 고통만 보입니다. 암에 걸린 타인보다 감기 걸린 자신의 병이 더 중한 것처럼,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아픔을 두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살펴본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사랑이 그렇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은 병원에 다니며 수술이나 치료, 약을 복용하며 낫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은 나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뿐더러 스스로 병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마음 아픈 사람은 모든 문제를 다른 사람 탓으로 여기고, 상처를 줍니다.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들도 마음의 병으로 인한 것이 더 다양하고 두렵습니다. 결과적으로 몸이 아픈 사람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훨씬 더 위험하지요.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은 스스로 행복하고 다른 이들도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건강하다고 생각합니까? 마음 건강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습니까?

마음 건강에 가장 좋은 치료법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수행은 나와 남을 모두 이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길이니, 곧 마음 건강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세상 어떤 일보다 중요한 일이 바로 마음을 살펴보고, 더욱 건강해지도록 노력하는 일입니다.

절에 30년을 다녔다 해도, 자신의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으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준다면 그는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으로 업을 쌓으며 시계추처럼 오가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아집을 버리고 어느 누구를 만나든 따뜻하게 배려하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불자가 되어야 합니다.

육체적인 병으로 고통받지만 봉사하고자 애쓰는 딸과 아버지, 절에서 큰 보살이다 자랑하면서 타인을 무시하고 화내고 욕하는 노보살님. 누가 더 아프고 누가 더 장애가 있는 걸까요? 우리도 혹여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까?

▲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딸이 회복치료를 받는 날이면, 거사님은 혼자 절에 와서 법당 마루턱에 앉아 먼 산을 볼 때가 있습니다. 외로운 듯 보이지만, 한없이 편안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절과 인연한 시절만이라도 편안하게 머물다 가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절에는 아픔을 쉬러 오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한 이들이 더 편안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맞이하는 것이 불제자의 모습일 것입니다. 모든 중생을 향한 자비심과 기쁨으로 항상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마음이 더욱 건강하도록 수행하길 바랍니다.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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