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근 전 조계사 참배
봉은사서 신행현장 체험도
종단에서 일을 하면서 보람도 컸다. 조계종 문화부에 근무하던 2007년 불교중앙박물관 개관에 힘을 보탰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개관 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박물관 시설 정비와 개관 전시회 준비가 동시에 진행됐다. 모든 구성원들이 그야말로 낮·밤 없이 토·일요일 없이 열정을 쏟았다. 현재 소임을 담당하고 있는 승려복지회도 남다른 인연과 애착을 갖는 분야다. 2011년 사찰교무팀에서 근무할 당시 승려복지의 논의단계부터 관심을 가지고 동참했었기 때문이다. 종단을 잠시 떠났다가 돌아와 다시 승려복지회를 맡게 됐으니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사명감도 절로 갖게 된다.
2012년에는 종단을 잠시 떠나 봉은사에서 종무실장 소임을 맡게 됐다. 종단의 관점에서만 종무행정과 불교를 바라보던 시각이 많이 교정되는 기회가 됐다. 신도님들과 법회를 하고, 기도하고, 교육하고 봉사하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매일 매일 생생한 포교와 신행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주지스님과 소임자스님, 종무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신도들의 바르고 신심 나는 신행생활을 위해 온 정성을 다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일이 닥쳤다. 2013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행렬 일주일을 앞두고 봉은사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지하철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포크레인에 왼쪽 발을 깔리는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1초, 아니 0.5초만 앞서 갔으면 온몸이 포크레인에 깔릴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아찔하다. 잘못되면 발을 잘라야 할 정도의 중상이었지만 2번의 큰 수술과 3번의 작은 수술을 마치고 지금은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부처님의 가피’다. 새로운 삶을 산다는 마음으로 불교와 종단의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종단과 불교에 대해 위기라는 진단이 많은 요즘, 승가공동체의 회복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더욱 커진다. 조계종 승려복지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되고 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수행생활을 위한 기본적 보장이라고 할 수 있는 승려복지제도가 우리 스님들이 수행과 전법에 전념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이 되길 바란다. 승가공동체가 회복되어야만 불교가 이 시대와 이 사회에 희망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를 위해 미력한 힘이나마 정성을 다해, 절실하게 노력할 것을 다짐해본다.
정리=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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