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대 소장, 중국에서 확인
기법·도상·양식적 측면에서
고구려불상 특징 잘 나타내
525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 소장은 최근 ‘고구려계 공형육계식 금동불입상의 새로운 출현과 그 도상특징’ 논문을 통해 고구려계로 추정되는 금동불입상 발견 사실을 알렸다. 문 소장은 2016년 6월 중국의 교포로부터 이 불상과 관련한 자문 요청을 받고, 같은 해 9월 북경 고궁박물관 인근에서 실견했다. 원래 이 불상은 1924년 11월1~3일 일본 대판미술구락부(大阪美術俱樂部) 미술전람회에 출품됐었는데 당시에는 중국 작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구려불상이라는 설이 대두돼왔고, 지난해 6월에 이어 11월까지 두 차례 조사를 실시한 문 소장은 연가7년명금동불입상,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고구려계 금동불입상임을 확정했다.
문 소장에 따르면 이 불상은 큼직한 둥근 공 모양의 고구려불상 육계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공형육계는 중국 5호16국시대 선정인금동불좌상이나 남북조시대 선정인금동불좌상에 원류를 두고 있지만, 형태적 측면에서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의 친연성이 더욱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고구려계 불상의 특징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독특한 수인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불상은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 시무외인(施無畏印,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서 손바닥을 밖으로 하는 것)을 짓고, 왼손은 아래로 내려 약지와 소지를 구부린 여원인(與願印)을 짓고 있다. 이런 수인은 고구려계 불보살상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데 연가7년명금동불입상,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경4년명삼존불입상 등에 공통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불상 주위로는 두신광(頭身光)이 선각으로 새겨져 있고, 머리 주위의 세 겹 원문 안에는 연화문이 마찬가지의 선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제작연도를 추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다. 제작연도가 앞서는 연가7년명금동불입상(479~539)의 광배·무늬가 모두 선각으로 처리됐지만, 이후 제작된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563)은 양각이라는 점과 이 불상의 화염무늬 선들의 형태가 연가7년명금동불입상에 가깝다는 점에서 두 불상의 중간단계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불상은 불상·광배·대좌가 한 주물로 주조된 일주식(一鑄式)이자 통주식(通鑄式) 기법을 사용했는데 연가7년명금동불입상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 반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경4년명삼존불입상(571)은 광배와 3존 불상이 분리되는 일광삼존형(一光三尊形)의 조립식 기법이 사용됐다. 문 소장은 이와 같은 기법·도상·양식특징을 종합하여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보다는 연가7년명금동불입상에 가까운 525년 전후, 최대 550년을 넘지 않는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때문에 이 불상은 연가7년명금동불입상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사이의 고구려불상 변천 과정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소장은 “이 공형육계식 금동불입상이 고구려계 불상으로 확정된다면 희귀한 고구려불상의 새로운 예가 출현했다는 점에서 크게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불상, 대좌, 광배를 모두 갖춘 완형의 고구려불상은 ‘고구려계 불상’을 통틀어도 연가7년명금동불입상,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경4년명삼존불입상 등 3점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서 4번째 금동불입상으로서 큰 의의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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