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 한국불교와 일본불교-중

교학·수행에 있어 한국은 화엄경과 선종, 일본은 법화경과 진언

▲ 일본 천태종 총본산 히에이산(比叡山)의 엔랴쿠지(延曆寺).

앞에서는 시대에 따른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한국불교와 일본불교의 역사적 성격을 주제별로 비교하여 보았는데, 다음에는 시대에 따른 변화과정을 추적하여 각 단계별로 두 나라 불교내용의 차이점을 지적하겠다. 일본불교사는 아스카(飛鳥)시대·나라(奈良)시대·헤이안(平安)시대·가마쿠라(鎌倉)시대 등으로 시기를 구분할 수 있다. 일본의 불교가 시작되는 아스카시대는 수도가 아스카에 있던 약 1세기 동안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592년 스이코(推古)천황 즉위부터 710년 헤이죠교(平城京)로의 천도까지를 가리킨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스카 불교는 백제와 고구려 불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성립되었다. 6세기 중엽 불교가 처음 백제로부터 전래되었을 때에는 반대자가 많아 수용에 소극적이었으나, 백제 도래인 계통의 소가(蘇我)씨가 실권을 잡자 급속히 보급되어 사원이 많이 건립되었다.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들이 대륙의 선진문화 수용에 주동적인 역할을 했는데, 특히 백제와 고구려 출신 승려들과 기술자들의 활약이 컸다.

일본서 불교 본격적 시작은
한국 삼국의 영향에서 시작

8세기 후반 당 불교 접하며
한국과는 다른 불교 시작

헤이안 시대 천태·진언 성립
전통 불교인 법상종과 대립

일본에서 천태종 지대한 영향
한국에선 크게 부각되지 않아

천태종, 나라 따라 다른 성향
본래 현교지만 일본에선 밀교

진언과 밀교 중심의 일본불교
수행 중심의 한국불교와 차이

다음 나라(奈良)시대는 710년부터 794년 수도를 헤이안교(平安京)로 옮길 때까지 80여년을 말하는데, 통일신라의 전기에 해당된다. 나라불교도 아스카불교를 계승하면서 통일신라 불교의 영향을 받아 성립된 것임은 물론이다. 또한 견당사와 유학승들이 가져온 성당(盛唐)문화의 영향을 받아 국제성이 풍부해졌다. 그 결과 나라불교를 대표하는 남도6종(南都六宗 : 法相宗·三論宗·俱舍宗·成實宗·華嚴宗·律宗)은 당나라 불교도 새로 첨가하게 되었으나, 삼국불교가 근간을 이루었으며,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불교의 차이는 아직 크지 않았다. 아스카시대부터 남도6종의 불교를 전해준 한국의 수많은 승려들 가운데서도 고구려의 혜편(惠便)·혜자(惠慈)·담징(曇徵)·혜관(惠灌), 백제의 혜총(惠聰)·관륵(觀勒)·도장(道藏), 신라의 지봉(智鳳)·심상(審祥) 등이 저명한 인물들이다. 특히 일본불교사에서 고구려승 혜관은 삼론종의 시조, 신라승 지봉은 법상종의 시조, 신라승 심상(?~742, 신라 출신이 아니고, 신라에 유학한 일본승이었다는 설도 있다.)은 화엄종의 시조로 각각 추앙되었다. 그 가운데 심상은 신라 성덕왕 무렵 일본에 건너가서 처음으로 ‘화엄경’을 강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의 장서목록에는 원효의 저술이 32부78권이 들어 있다. 또한 779년 신라 사절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갔던 원효의 손자 설중업(薛仲業)을 일본승려가 반겼다는 일화는 나라불교에 미친 원효의 영향을 짐작케 한다. 교키(行基, 668~749)는 백제계 도래인 고시(高志)씨 출신으로 국가불교의 상징인 도다이지(東大寺) 대불 조성의 권선을 맡아 활약하는 한편으로 민간에 대한 포교와 사회사업을 활발히 전개하여 국가의 지원과 보호에 기대고 있던 불교계에 새로운 민중불교의 승려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원효의 영향이 주목된다.

8세기 후반부터 일본은 당나라의 불교를 직접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때부터 한국불교와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9세기초 헤이안시대에 들어오면서 일본의 불교사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헤이안시대는 794년 헤이안교로 수도를 옮겼을 때부터 1185년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賴朝)가 가마쿠라 바쿠후(鎌倉幕府)를 열 때까지 400년 동안을 말하는데, 통일신라 후기부터 고려전기에 해당된다. 헤이안불교를 대표하는 종파는 천태종(天台宗)과 진언종(眞言宗)이다. 일본에서 당나라 불교를 직접 수입하여 밀교적인 성격의 두 종파를 성립시키고 있었을 때에 신라에서도 그 두 종파의 불교가 전래되었으나, 본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 대신 당나라에서 선종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때까지 전통불교로서 주류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화엄종의 관념성과 귀족적 성격을 비판하면서 새로이 선종9산을 성립시켰다. 그 결과 이후의 고려불교계는 교학불교인 화엄종과 실천불교인 선종의 대립 상황이 전개되었고, 화엄종과 선종을 통합하는 문제가 불교사의 중심과제가 되었다.

한편 일본불교는 천태종과 진언종이 새로 성립되면서 전통불교인 나라불교를 비판하고 있었는데, 남도6종 가운데 특히 최대의 교단세력을 이루고 있었던 법상종과의 대립이 치열하였다. 법상종의 입장은 오랜 기간의 수행과 점진적인 깨달음을 의미하는 장시수행(長時修行)과 삼겁성불(三劫成佛)을 주장하였는데, 진언종에서는 중생의 이 몸 그대로 곧바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즉신성불설(卽身成佛說)을 내세움으로써 성불의 늦고 빠름에 대하여 다투었다. 또한 법상종에서는 중생의 불성에 다섯 가지 차등이 있다는 삼승주의(三乘主義)·오성각별설(五性各別說)을 주장하였는데, 천태종에서는 중생이 모두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일승주의(一乘主義)·실유불성설(悉有佛性說)을 주장함으로써 두 종파는 격렬하게 대립하였다. 당시 남도불교인 법상종의 중심인물은 도구이치(德一)이었고, 신불교인 헤이안불교를 대표하는 승려는 천태종의 사이쵸(最澄,767~822)와 진언종의 구카이(空海,774~835)였다.

일본 천태종과 진언종의 계보를 밀교의 측면에서 신라승과의 관계만을 중심으로 추적하여 보면, 천태종은 신라 의림(義林) → 당 순효(順曉) → 일본 사이쵸(最澄)로 이어지고 있으며, 진언종은 신라 현초(玄超) → 당 혜과(惠果) → 일본 구카이(空海)로 이어져 일본 밀교의 성립에 신라승들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실제 사이쵸나 구카이도 신라승들의 밀교조사로서의 위치나 역할을 알고 있었으며, 이러한 인식은 뒷날 가마쿠라시대에 의림과 현초의 초상을 그려 밀교조사로서 추앙하고 있던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일본 불교계에서는 천태종과 진언종의 밀교의 정통적인 계보를 신라승 중심으로 설정하지는 않고 있다. 즉 천태종에서는 선무외(善無畏)→일행(一行)→순효(順曉)→사이쵸(大日經 계통), 진언종에서는 금강지(金剛智)→불공금강(不空金剛)→혜과(惠果)→구카이(金剛頂經 계통)로 상승되는 계보를 정통으로 삼고 있다. 

헤이안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밀교(密敎) 중심이었다는 점이다. 밀교는 석존의 가르침을 경전으로 배우고 수행을 쌓아 깨달음에 이르는 현교(顯敎)와 달리 비밀의 주문법으로 부처의 세계에 접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며, 대일여래(大日如來)를 본존불로 모시고 있다. 한국의 불교사에서도 밀교 계통의 종파인 신인종(神印宗)과 총지종(摠持宗)이 신라시대 성립되어 고려말기까지 이어지고는 있었으나, 불교계의 주류가 되거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국불교의 주류는 화엄종과 선종으로 이어지는 현교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일본불교와 크게 다르다. 진언종의 개조인 구카이는 804년 사이쵸와 함께 견당사를 따라 입당하여 밀교를 배우고, 사이쵸보다 한해 늦은 806년 밀교의 경전과 도상을 가지고 귀국했다. 그는 고야산(高野山)에 곤고부지(金剛峰寺)를 설립하고 진언종을 개창함으로써 천태종의 히에이산(比叡山)의 엔랴쿠지(延曆寺)와 함께 헤이안불교의 최고의 성지가 되었다. 진언종은 일본불교에서 주장하는 정순밀교(正純密敎)를 대표하는 종파인데, 오늘날까지 주류적인 종파의 하나로서 이어지고 있다. 티베트 이외의 지역에서는 가장 특색 있는 밀교의 발전을 이루었으며 ‘만다라’라고 하는 특유의 밀교미술을 발달시켰다.

반면 천태종은 원래 밀교가 아닌 현교에 속하는 불교이었지만, 일본에서는 천태종을 받아들이면서 본래의 중국 천태종과는 다르게 밀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띠게 되어 진언종을 동밀(東密), 천태종을 태밀(台密)이라고 하여 밀교의 양대 주류를 형성했다. 한국 불교사에서는 전반적으로 일본 불교사에 비하여 선진적이었지만, 천태종의 경우만은 일본에 크게 뒤져 일본보다 300년 가까이나 늦은 11세기 말경에야 성립되었다. 그리고 그 불교 내용도 화엄과 선의 통합이라는 차원에서 성립됨으로써 밀교적인 색채는 전연 나타내지 않았다. 한국의 천태종과 일본의 천태종은 모두 중국의 천태종을 받아들여 성립된 것이고, 소의경전이 ‘법화경’이었다는 점은 공통이다. 그러나 그 천태종의 성립시기, 그리고 내용이나 성격 면에서 세 나라의 불교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를 나타내 주었다. 중국 수나라 지의(智?, 538~597)에 의해 개창된 천태종은 북조 계통의 실천적인 불교와 남조 계통의 학문불교를 통합하는 사상적 과제를 가지고 출발하였기 때문에 교리체계인 교문(敎門)과 실천체계인 관문(觀門) 2문을 그 대의로 하였다. 반면 고려의 의천(義天, 1055~1101)의 천태종은 화엄종과 법상종이 주류적인 종파로서 대립하는 가운데 화엄종의 입장에서 제3종단인 선종을 포섭하는 방법을 통하여 당시의 교단체제를 개편하려는 의도에서 개창되었기 때문에 성상겸학(性相兼學)과 교관병수(敎觀竝修)를 그 핵심적인 교의로 하였다. 그런데 일본 헤이안시대의 사이쵸에 의해 개창된 천태종은 남도불교로부터의 독립과 밀교의 섭취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출발하였기 때문에 삼승불교에 대해 일승불교, 오성각별설에 대해 일체개성(一切皆成), 현교에 대해 밀교의 우위성을 주장하였다. 일본 천태종의 밀교화는 사이쵸의 후계자들인 엔닌(圓仁, 794~865)과 엔친(圓珍, 814~891) 등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진전되어 교학과 실천 양면에서 법화불교보다 밀교가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천태밀교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엔닌과 엔친은 연이어 엔랴쿠지의 좌주(座主)가 되어 천태종의 밀교화에 크게 공헌했으며, 천태종의 세력을 더욱 융성하게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교리면에서의 차이로 갈등하게 되어 엔친파는 엔랴쿠지를 떠나 온죠지(園城寺)로 옮겨가게 되었다. 엔랴쿠지를 중심으로 하는 엔닌파를 산문파(山門派), 온죠지를 중심으로 하는 엔친파를 사문파(寺門派)라고 하는데, 양파는 모두 승병을 양성하여 무력으로 다투었다. 

일본의 천태종은 뒷날 가마쿠라 신불교의 모태(母胎) 역할을 함으로써 일본불교 교학의 중심을 이루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가마쿠라 신불교의 개조들인 정토종의 호넨(法然), 정토진종의 신란(親鸞), 임제종의 에이사이(榮西), 조동종의 도겐(道元), 일연종의 니치렌(日蓮), 시종의 잇펜(一遍) 등 6인이 선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헤이안불교의 학문과 수행의 성역(聖域) 중의 성역인 엔랴쿠지를 찾아 공부한 적이 있었던 것을 보아 신불교 종파 모두 천태종을 기반으로 성립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천태종의 소의경전인 ‘법화경’은 일본불교의 가장 중심적인 경전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반면 한국의 천태종은 선종으로 분류되었고, 불교계의 주류를 이루지 못하고 조선왕조의 억불시책에 의해 1424년에 완전히 소멸하였다. 따라서 한국불교의 교학의 중심적인 위치는 신라시대이래 변함없이 화엄종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불교사에서 가장 중시된 경전도 ‘화엄경’이었음은 물론이다.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shilrim9@snu.ac.kr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