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5.25 목 20:26
> 연재 | 김형중의 내가 사랑한 불교시
53. 한용운의 ‘성탄(부처님오신날)’1931년 일제강점기 고통 속에
부처님 탄생 ‘성탄’으로 표현
김형중  |  ililsihoil10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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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6  13: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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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나심은
온 누리의 빛이요
뭇 삶의 목숨이라.

빛이 있어서 밖이 없고
목숨은 때를 넘나니

이곳과 저 땅에
밝고 어둠이 없고
너와 나에 살고
죽음이 없어라

거룩한 부처님
나신 날이 왔도다.
향을 태워 받들고
기(旗)를 들어 외치세.

꽃 머리와 풀 위에
부처님 계셔라.
공경하여 공양하니
산 높고 물 푸르더라.

부처님은 누구신가?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시는 지혜를 깨달으셔서 중생을 구원해주시는 구세불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중생을 구원하시는가? 그것은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깨달음의 지혜다. ‘아함경’에 담겨있는 사성제의 가르침이다. 팔만대장경 말씀이다.

온 세상에 부처님 두루 계시니
만물 공경하고 공양하라 외쳐
자기의 정체성 바로 깨닫는 날
그 마음대로 살면 부처님세상


부처님은 중생을 마치 부모가 자식을 그리워하듯 항상 생각한다. 부처님은 괴로움이 많은 사람에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부처님을 만나기 쉽다. 그래서 역경은 부처님을 만날 좋은 기회이다. 부처님은 간절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나타난다. 자식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전혀 그리워하지 않는데 꿈에 나타나겠는가.

한용운(1879~1944)은 ‘불교대전’을 편찬하고 ‘조선불교유신론’을 주창한 불법에 통달한 법사스님이요, ‘님의 침묵’을 쓴 시인이다. 주요한이 ‘님의 침묵’에 대하여 시평하기를 “아름다운 우리 조선어를 아름답게 구사한 전무후무한 시집이다”고 썼듯이 그는 당시 우리 언어에 대한 감각이 매우 뛰어났다.

사월초파일, 불탄절, 석가탄신일 등의 과정을 거처 지금은 불교에서 공식 명칭이 ‘부처님오신날’이 되었지만 그는 1931년에 대담하게 부처님이 태어나심을 ‘성탄’이라고 표현했다. ‘인류의 스승이요 사생의 자부이신 부처님이 태어나신 성탄이다. 예수님이 태어난 크리스마스만 성탄절이 아니다. 석가모니, 예수님, 공자님이 성자이시고, 그 분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이 모두 성서이고 성전이다.

시인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부처님 나심은 온 누리의 빛이요 뭇 삶의 목숨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 고통 속에서 헤매는 중생들은 “이곳과 저 땅에 밝고 어둠이 없고 너와 나에 살고 죽음이 없어라”라고 설파했다.

이렇게 거룩하신 부처님이 우리 곁에 오셨으니 “거룩한 부처님 나신 날이 왔도다. 향을 태워 받들고 기(旗)를 들어 외치세”하며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고 봉축할 것을 노래하고 있다.

온 누리 초목미물에게까지 부처님이 두루 계시니 만물을 공경하고 공양하라고 외친다.

말후구에 선사의 가락으로 “산 높고 물 푸르더라”고 결구하였다. 현상계 자연 그대로 절대적인 참 모습인 실상(實相)임을 밝힌 화엄의 사사무애법계를 표현하고 있는 선구이다. 온 세상이 부처님 세상이요 모든 중생이 본래 부처이다. 부처님오신날은 스스로 부처의 덕성과 모습을 모두 갖추고 이 땅에 태어난 자신의 정체를 깨닫는 날이다. 그 마음을 오염시키지 않고 살면 그대로 부처님 세상이다.

이 시는 193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쓴 봉축시로 ‘불교’지에 수록되었다. 지금 ‘봉축 법어시’라고 발표해도 손색없이 현대시의 감각이 탁월하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 절 부처님’이란 시를 써 보았다.

“사월 초파일/ 일 년에 딱 한 번 뵙는 우리 절 부처님/ 영검이 얼마나 많으신지/ 사월 초파일/ 일 년에 딱 한 번 등 달아도/ 내 소원 다 들어줘요/ 사월 초파일 우리 절 부처님/ 그 동안 바빠서 멀어서… 내 맘 다 아시고/ 나를 보면 지그시 미소 지어줘요”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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