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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물들기 쉬운 아이들 마음

기자명 성원 스님

어린이에게 무한 칭찬이 긍정적일까

 
대선을 마쳤다.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녔는데 이번에는 후보자가 많은 탓이겠지만 정말 과반을 넘기지 못한 득표율로 뽑혔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 어린이에겐
칭찬만 해야한다고 믿어
바른 가치관도 일깨워야 

이번 대선을 보고 있으니 어느 대선 때보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것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사람들이 달라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확 달라져 사람들을 더 솔직한 모습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견인한 것 같다.

그 옛날 군사정권 시절에는 반대의사 표현이 확인되면 엄청난 보복을 당할 수 있었다. 심지어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들에게조차 자신의 투표성향을 말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들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라도 자신이 누구를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지난 정부시절 표출된 ‘블랙리스트’ 파문을 겪으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지 않고 감추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우리들은 안다. 다시는 권력자의 입맛에 맞춘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유효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것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받아서도 안 되고 받지도 않는 다는 평범한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는 다시 한 번 영화산업의 번창과 같은 문화계 전반에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활성화에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엉클어진 이념의 논쟁을 가지런히 하여 진정 자유 대한민주공화국의 모습이 당당하게 세상에 비쳤으면 좋겠다.

무심결에 어린아이에게 어른들은 자신의 입장을 투영하곤 하는데 어린아이는 정말 순수 그 차체의 모습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어른들은 그 모습을 또한 즐기곤 한다. 내용도 모르는 아이의 지지를 받아서 뭐 할 건가라고 자문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을 지지해 주면 좋아한다.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도 그런 것 같다. 개가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게 자신의 행동을 따라하거나 말을 의미 없이 듣고 행동하는 걸 두고 마치 자신과 소통이라도 하는 듯이 자랑 할 때면 뭐라 할 말을 잊기 일쑤다.

어른들이 어린 ‘미수’에게 소위 엄지 척을 흉내 내자 곧바로 멋진 포즈를 취했다. 그 의미를 알고 있기에 엄지 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들 했다. 칭찬으로만 훈육시킨 아이들과 분명하게 잘잘못을 지적하며 가르친 아이 중 누가 더 바르게 자랄까? 요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칭찬만 하라고 한다. 격려차원에서 칭찬이 좋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가치관을 일깨워주는 것이야 말로 참다운 가르침이 아닐까? 어린아이만 국한한다면 무한의 칭찬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삶이 청소년을 거쳐 곧 성인이 되기 때문에 단순하게만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금강경’에 보면 부처님께서는 수보리의 견해와 답변을 부정하고 꾸짖는다.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화라도 내고 뛰쳐나가 버릴 것 같은 분위기로 보인다. 하지만 부처님보다 나이도 많은 수보리는 구도의 간절함과 부처님에 대한 무한 신뢰의 믿음으로 그 자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한 부정과 꾸지람 속에서 참다운 진리를 얻고는 결국 눈물까지 흘리면서 감격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랑의 매’라 말하지만 매를 들고도 한량없는 사랑의 마음을 멈추지 않기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께 한순간 물이든 ‘미수’가 커서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 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우리들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자꾸 나를 물들이려는 사람보다 나 스스로 물들어버린 사람이 더 많은 것만 같아서 부끄러움이 더해만 간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91호 / 2017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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