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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해진 평면의 마음 위 쌓아 올린 희망의 ‘텍스트’

  • 문화
  • 입력 2017.05.18 14:09
  • 수정 2017.05.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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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석 작가 ‘감춰진 기억’ 展
서울 갤러리마리 6월30일까지
오리고·그리고·꼬아낸 작품 등
마음치유 염원 담긴 정화과정

▲ 사경을 하듯 끝없는 텍스트의 교차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오윤석 작가의 작품들을 서울 신문로 갤러리마리에서 6월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금강경’ ‘반야심경’ 등 불교 경전의 텍스트를 캠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기록해 한 폭의 추상화를 만든다. 완성된 작품 위 텍스트의 상징적 표현을 다시 칼로 도려내고 그 파편들을 마치 초의 심지를 꼬듯 손으로 비틀어 낸다. 평면의 세계에 입체적 질감을 부여받는 작품은 보는 사람의 시각과 위치, 조명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새로운 객체로 거듭난다. 위대한 성인의 가르침은 정형화된 텍스트로 시공간을 초월해 전달되지만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관객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동일한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사경을 하듯 끝없는 텍스트의 교차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오윤석 작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신문로 갤러리마리는 6월30일까지 오윤석 작가 개인전 ‘감춰진 기억–물질적인 정신Ⅱ’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칼로 오려내고 드로잉 한 작품 15점과 평면회화 9점, 드로잉과 영상작업을 조합한 작품 2점 등 총 26점으로 구성됐다.

오 작가는 불교 경전과 동양 고전 등에 사유의 기반을 두고 텍스트를 시각화해 조형적인 언어로 승화시켜 왔다. 전통 한지와 캔버스에 반복적으로 문자를 칼로 새겨 오려내고, 오려낸 부분을 꼬아서 입체적으로 표현하거나 연속적인 드로잉 기법을 혼용해 문자의 내면적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작가는 이러한 반복적인 작업 과정을 통하여 자기 수양과 치유를 시도함으로써 정신적 평화를 얻고자 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불편하고 낯선 형상들이 보일 때마다 그것을 정화하고 치유하고 싶었습니다. 그 느낌을 작업실로 가져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작품 속에 투영해 나갔습니다. 영화는 하나인데 화면은 계속해 바뀝니다. 그러나 이전의 장면은 화면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장면에 텍스트를 겹겹이 입힘으로써 하나의 작품을 완성합니다. 그 속에서 즐겁고 분노하며 슬프고 고통스러운 인간의 일상은 물론 절제와 자기수양의 세계와도 마주합니다. 때문에 작업의 과정은 수행이 됩니다.”

▲ ‘Hidden Memories-1703’과 ‘Hidden memories-1608’. 이번 전시는 칼로 오려내고 드로잉 한 작품 15점과 평면회화 9점, 드로잉과 영상작업을 조합한 작품 2점 등 총 26점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오윤석 작가 ‘허브’ 시리즈의 연장이다. 언어와 사회의 구조적인 관계에서 발생되는 인간 내면에 감춰진 사회적 불안, 환경적응에 대한 갈등, 현대인의 고립과 두려움, 디지털 시대에 쏟아져 나오는 무수히 많은 언어들에 의해 피폐해져가는 마음을 예술적으로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그 시작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텍스트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그에게 텍스트는 원시시대 동굴벽화처럼 주술적인 힘을 가진 치유의 상징이도 하고, 정신적인 피폐함을 위로해주는 도구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 역시 사람의 마음이다. 무심히 바라보면 아무런 의미 없는 이미지들의 집합체일 뿐이다.

갤러리마리는 “마음치유의 염원을 바탕으로 한 오윤석 작가의 작업방식은 예술적 표현, 그 이상을 넘어선 정신적 수양을 토대로 한 자기 정화의 과정”이라며 “어떠한 시각적 즐거움도 제외하는 글자쓰기,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글자 형태 오려내기, 오려낸 종이의 형상을 비틀어 꼬기 등 이러한 반복된 자아수행의 방법은 빛과 공간 그리고 평면과 전시공간이 화합하는 미학적 체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02)737-7600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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