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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복에서 작복으로 전환하기

기자명 가섭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5.22 13:22
  • 수정 2017.05.22 13:23
  • 댓글 0

바라는 마음은 원망으로 귀결
자신 변화 못시키는 기도 허망
부처님의 복 구함은 곧 자비행

얼마 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지금은 수행시대’ 고정 손님이 되어 많은 불자들을 만납니다. 청취자들은 평소 불교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각자의 사연들을 펼쳐냅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댓글의 내용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데 연이어 올라오는 내용들이 참 다양합니다. 단순한 감사인사부터 복잡하게 얽혀있는 집안 속사정까지 한 편의 인생이야기들이 모니터 화면을 타고 흘러듭니다. 쉽게 답하기 힘든 내용들도 꽤나 많습니다. 어찌나 사연들이 다양한지 마음은 시소놀이처럼 널뛰기를 합니다. 화요일 오후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현재 우리의 삶을 대변하듯 기쁜 소식보다 아픈 사연들이 많습니다. 질문들을 정리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가장 많은 내용은 어떻게 기도하고 정진하는 것이 불자로서 잘 살아가는 길인지 묻는 질문입니다. 기도정진을 통해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들은 분명한데 안타깝게도 현실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불교에 입문한 초심자들이 참된 불자로 살아가는 신행의 방향을 정립하지 못했음이 적나라하게 들어납니다. 하루에 수많은 경전을 독경하고 절을 몇 백배, 몇 천배를 한다고 하는 불자들의 간절함은 가족들의 건강과 장애 없이 살아가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기도는 아니지만 사찰에서 자신의 욕심을 비우라는 법문을 듣다보니 자신의 기도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불자가 적지 않습니다.

종교는 믿음이 핵심입니다. 믿음은 자신의 이루고자는 것이 기도정진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기도 합니다. 모든 종교가 믿음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자들도 처음 불교에 입문할 때 대체로 기복적 기도행위를 믿음으로 이해하고 출발합니다. 가족들의 건강과 인연 깊은 이들의 안녕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불전에 헌공도 하고 여러 불사에 동참도 합니다. 그렇게 출발한 신행생활을 작복으로 전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절에 다녀도 잘 살피거나 점검하지 않으면 바꾸기 어려운 것이 바로 구복적인 종교생활입니다. 따라서 구복으로 출발한 믿음이 작복의 믿음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신행지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녀들을 위한 애절한 기도는 구복이지만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떠한 종교적 행위가 정성이 결여된 체 좋은 결과만을 바라는 욕망이 문제인 것입니다. 결국 그러한 마음은 원망으로 결론나기가 쉽고 자신의 믿음에 대한 실망으로 끝을 맺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기도는 허공을 잡으려고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 가섭 스님
조계종 포교부장

 

 

부처님도 깨달음을 얻고 난 후 복을 짓는 일에는 자리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은 앞을 보지 못하는 아나율존자의 처소를 방문합니다. 옷을 꿰매려고 바늘에 실을 꿰던 아나율존자의 혼잣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바늘에 실을 꿰어 존자에게 건네주자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복을 짓지 않아도 복덕과 공덕을 모두 갖추신 분인데,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하십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세상에서 복을 구하는 사람으로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답하십니다.

부처님의 복을 구함은 대중과 함께 하는 자비실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믿음은 부처님의 이러한 마음을 배우고 신뢰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을 신뢰하는 마음은 간절히 노력한 만큼 얻게 되는 충만한 마음의 깨끗한 믿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신행생활은 부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자리매김해 참 불자로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매 순간 복을 짓기 위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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