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감정이나 생각, 기억 등이 깃들거나 생겨나는 곳이다. 그 마음은 외적인 것에 감응되어 선하고 아름답고 깨끗하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악하고 추하고 더러움에 물들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을 잘 쓰라고 하고, 마음을 다스리라고 한다. 수행이 필요한 이유다.
강원도 산골에서 수행 중인 석암 스님은 마음이 “공간의 주체”라며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일러 공간이라고 하니, 공간의 주체인 마음 이야기인 셈이다. 석암 스님은 이 책 ‘공간은 고요하다’에서 마음을 잘 가꿀 수 있는 공간과 고요한 공간에서 상(相)이 없고 평등한 마음의 본체를 어떻게 가꿔갈 것인지를 들려준다. 여기에는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마음이야기부터 본격적인 수행을 통해 가꾸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마음이야기가 공존한다.
일례로 봄에 핀 꽃을 보면서 “우리가 꽃에서 배워야할 점은 꽃을 피웠다고 자만하고 거만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행복을 주고, 항상 그 자리에 겸허히 서서 바람과 햇빛을 받아 최상의 빛을 발한 뒤에 때를 알아 숙연히 떨어지고, 떨어진 그 자리에 분신이 다시 피어오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요한 베풂과 열정, 숙연의 인내와 열매인 것이다. 화사함만 쫓아가는 빈껍데기는 소리가 요란하여 겉만 번지르르할 뿐”이라며 꽃이 알려주는 마음가꾸는 법을 전한다.
그런가하면 자연이라는 공간을 마주해서는 “생명을 만들어내는 거룩한 일과, 그 후 삶의 활력이 공간 속에서 이어져 나가지만 스케일이 큰 공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애처로움이 있다. 공간은 예나 지금이나 나를 탄생시키고 길러내며 돋보이게 하는 플라토닉 러브의 원조”라고 사유의 결과를 내놓는다.
그리고 깨달음에 대해 “깨달음은 변화이고, 자기개혁이며, 진화이다. 한순간이든 점차적이든 깨달음은 자신에게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고 깨달음의 예후를 설명하면서, 지혜와 자비로 회향하는 성인이 진정으로 깨달은 이의 모습임을 설명한다. 스님은 여기서 자신 역시 그런 길을 가고자 수행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세상은 변한다. 스님들도 가치관이 많이 변해 옛날의 자취만을 따라오라고만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을 통해 얻은 마음을 세상에 돌려주는 일은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관”이라고 말하는 스님은 자연과 사람을 통해 마음을 가꾸는 법을 세세히 일러준다. 그럼에도 글재주의 부족으로 자신의 마음을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밝히는 등 순수한 수행자의 모습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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