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이나 보통 직장인들에게 친구를 만나고 헤어진 후에 갖는 아쉬움과 허전함을 달래주는 것으로는 SNS가 으뜸이다. 또 컴퓨터 게임이나 텔레비전이 그 허함을 달래 줄 대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아주 고전적 방법으로 그 헛헛함을 달래는 이가 있다.
‘편지’다. 월간 ‘해인’ 편집장 도정 스님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써 내려간 편지는 벗에게 전하는 속내이기도 하고, 자가 자신을 향한 솔직한 독백이기도 하다. 스님의 편지에는 절 마당을 쓰는 소소한 일상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의 사연이나 세상사에 대한 생각, 그리고 수행자로서의 고민이 두루 담겼다. 그래서 그 편지글에는 수행자만의 통찰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스님은 “만남이란 그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는 일”임을 알아차리고, “뭐든 자세히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두려움도 사라졌다네. 진짜 어둠은 밤에 속한 게 아니라 어리석음에 속한 것”임을 깨달아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옮겼다. 그런가 하면 세간의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잘못된 세상에 물들지 않고 살아가기를 당부하는 것으로 세상살이 고단함에 지친 벗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요즘은 나쁜 짓 하는 사람이 더 잘 살고, 남 해코지하는 사람이 더 잘 살고, 남 마음 아프게 하는 사람이 더 잘 사는 세상이라고 하더군. 그러고 보니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네. 정치가 그렇고, 경제가 그렇고, 우리 사회가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네. 그래서 많이 슬펐네. 그래도 나는 믿어야겠네. 반드시 인과는 엄중히 적용될 거라고 굳게 믿어야겠네. 그 인과를 믿는 착한 사람들 때문에 이 세상이 이나마 유지되는 것이라고 거듭거듭 또 믿어야만 하겠네.”
스님이 전하는 편지글의 상대인 벗은 단순한 친구가 아니다. 세상 사람들 입장에선 아내나 남편 혹은 자식이나 형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함께 길을 가는 짝, ‘도반’은 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때문에 수행자는 “참 할 말이 많지만, 여전히 무엇을 아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핵심이었네. 무엇이 깨달음인가. 무엇을 깨달아야 할 것인가. 무엇을 깨달았느냐 하는 이런 것들도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와서는 고개를 못 드네”라며 현재에 집중할 것을 독려한다.
자연과 사람, 세상사에 대한 통찰이 담긴 117편의 편지글은 이렇듯, 지치고 사나워진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안내하는 수행자의 마음편지에 다름 아니다. 1만45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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