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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찬다 킨나라 자타카-하

천신도 감동한 킨나라의 남편사랑

▲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Borobudur)의 제1회랑의 찬다 킨나라 자타카(Chanda Kinnara Jātaka).

먼 옛날 브라흐마닷타왕이 베나레스를 다스리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킨나라에 태어나셨고 부인 찬다(Chanda)와 함께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살고 있었다. 킨나라들은 우기에 깊은 산속에 머물다가 무더운 시기가 오면 산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서 아름다운 자연을 즐겼다.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의 꽃밭에서 킨나라 부부는 온몸에 향수를 뿌리고 다채로운 꽃으로 화사하게 치장한 후 꽃가루를 먹으면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했다.

남편 죽인 왕의 왕비 제안
단호히 거부하고 순정 지켜
인드라신 감복해 남편 살려

이때 브라흐마닷타왕이 히말라야산으로 사냥을 하러 왔다. 왕은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아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킨나라 부부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이끌려 이들을 찾은 후 몰래 숨어서 관찰했다. 왕은 찬다 킨나라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화살로 저 남편 킨나라를 죽여 버리겠다. 그리고 그의 부인과 함께 여기서 살리라’라고 생각하며 남편 킨나라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화살을 맞고 죽어가며 남편 킨나라는 슬프게 흐느꼈다.

“비록 나는 고통 속에서 죽어가지만, 나 없이 슬픔 속에서 살아갈 찬다 킨나라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더더욱 아프구나.”

남편 킨나라는 고통 속에서 괴로워 하다가 기절해 버렸다.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 남편이 죽어가는 줄도 몰랐던 찬다 킨나라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남편 킨나라를 발견하고 슬픔에 못 이겨 통곡한다. 왕은 찬다 킨나라가 통곡하는 것을 보고 ‘남편 킨나라가 죽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왕을 본 찬다 킨나라는 ‘내 사랑하는 남편을 죽인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분노와 원망에 가득 찼다. 왕은 침착하게 찬다 킨나라를 설득하려 했다.

“눈물 흘리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마세요. 숲속의 어둠이 당신의 눈을 멀게 했습니다. 눈부신 왕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제 저의 왕비가 될 것입니다.”

찬다 킨나라는 단호하게 왕에게 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차라리 죽어버리겠습니다. 저는 결코 당신의 여자가 되지 않겠습니다. 저에 대한 욕망으로 죄 없는 남편을 죽인 사람과 어떻게 같이 살 수 있겠습니까.”

찬다 킨나라의 냉정한 대답을 들은 왕은 그녀에 대한 욕망을 접은 후 산을 내려갔다.

슬퍼하며 남편을 끌어안은 찬다 킨나라는 아직까지 남편 킨나라의 가슴이 따뜻한 것을 알아차리고 제석천 인드라신에게 자신의 남편을 살려 줄 것을 애원했다. 브라만의 모습으로 킨나라 부부 앞에 나타난 인드라신은 물병속 불사의 약을 상처에 뿌려서 남편 킨나라를 살려낸다. 찬다 킨나라의 변하지 않는 사랑과 순정이 부처님인 남편 킨나라를 되살린 것이다. 인드라신은 킨나라 부부에게 다시는 인간들이 사는 곳까지 내려오지 말라고 두 번이나 당부한 후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고 킨나라들은 그 이후 다시는 인간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킨나라 부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왕가에서 바로 자기 자신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으며 오랜 시간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 왔다. 보로부두르 제1회랑의 찬다 킨나라 자타카 부조에는 킨나라 부부가 브라만의 모습을 한 인드라신에게 감사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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