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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행일기] 이경태

기자명 법보신문

중학교 졸업 뒤 직장생활
고비마다 부처님 법 의지
사리암·천성암 등서 신행
내생 출가수행자 삶 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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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학산

유년시절, 좋은 추억이 없다.

아주 가난한 집안에서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다. 어린 나이에 지게를 졌다. 집 주변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니곤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 것 같다.

등록금을 제 때 한 번도 내지 못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께 매번 혼났다. 하교 이후에도 늦게 남아서 벌을 서기도 했고, 교실 청소를 하기도 했다. 고학년인 6학년 때는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비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일도 속상한데, 그 당시에는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야 했다. 등교해 교실 대청소 등을 했다. 가을 운동회에는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지 못했다. 물론 어울려서 운동회를 즐기지 못했고,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일찍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겨우 중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 정비공업사에 취직했다. 어린 나이에 직장생활을 빨리 시작한 셈이다. 현역에 입대했고, 전방 수송부대에서 차량정비병으로 군복무를 충실히 이행한 뒤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전역 후엔 다시 정비공장에 취업했고, 손에 기름때 묻혀가면서 생활비를 버는 등 누구 못지않게 성실하게 일했다.

이른 나이에 가장이 됐다. 26살 되던 해, 아버지가 병환으로 세연을 접었다. 부모님께 특별히 물려받은 게 없었다. 다음 해, 친구 소개로 아내를 만나 가진 것 하나 없이 어렵게 결혼했다. 물론 집도 없이 다른 사람의 집 아래채에 세 들어 살았다. 장남으로서 홀로 계신 어머니를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20여년을 한 지붕 아래 살았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8년 전부터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됐다. 거동을 전혀 할 수 없어 목욕과 마사지 등 아내가 병수발 하느라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평생 반려자인 아내와 살면서 잘 해야지 마음먹고 잘 하려고 해봤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말만 앞섰던 게 아닌지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보니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모님을 꼭 모시고 사는 일 자체가 효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어떻게 부모님을 편하게 해드려야 하는 지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좋은 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자녀들 인성교육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교육이 된 것 같다. 다행이 딸과 아들이 착실하고 바르게 잘 성장했다. 딸은 대구은행에서 근무하며 결혼했고, 예쁜 손녀를 보게 해줬다. 아들은 의대를 졸업한 뒤 대구 동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으면서 전문의료인이 되어 가는 중이다.

나 스스로 학창시절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자식들에게 더 최선을 다한 것 같다. 학교 등록금 고지서가 나오면 제일 먼저 납부하고 원하는 일은 웬만하면 다 들어줬다. 해서 더 열심히 살았다. 30대 중반부터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일부 하청업부터 시작해 열심히 앞만 보고 최선을 다했다. 10여년 전 부터는 직접 정비공업사를 경영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일기처럼 과거를 되짚어보니 부처님께서 곁에 계셨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사찰을 찾아 부처님께 기도드리며 마음을 다잡고 극복해 낼 수 있었다.

지금도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나반존자 기도도량인 경북 청도 운문사 사리암을 찾아 사시기도에 참석하고 있다. 신행모임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셋째 주 일요일은 약 9년 전부터 팔공산 천성암 신도회를 구성해 매월 약 40여명과 함께 전국 사찰로 성지순례를 다니고 있다. 한국불교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도량도 열심히 다니려고 한다.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도 8번 참배했다. 10번을 채우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열심히 살다보니 불교공부를 체계적으로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조계종 포교원 디지털대학 신도전문교육과정 공부가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공부하고 정진해 포교사고시에 꼭 합격하고 싶다. 참다운 불자로서 이웃에 봉사하고 부처님 법 열심히 전하면서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 바람이 있다면 다음 생에는 일찍 출가해 수행자의 삶을 살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공동기획:조계종 포교원 디지털대학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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