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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물과 어린이 마음

기자명 성원 스님

스승의 날 편지에 담긴 ‘부처님 마음’

 
며칠 전이 스승의 날이었다. 올해는 유별나게 선물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스승에게 선물을 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질의와 토론이 이어지는 것 같다.

카네이션도 뇌물로 여기는
각박한 법 논리 속에서도
리틀붓다들의 노래에서는
부처님 지혜 듬뿍 묻어나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전하는 것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식의 법령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니 너무 어이가 없다. 심지어 종이 카네이션도 안 된다고 유권해석 했단다.

그러한 잣대로 우리들의 정서적 삶마저 왜곡시키는 날, 검찰은 격려금이라면서 수십만원의 봉투를 거의 노골적이고 반공개적으로 뿌렸다.

어린아이들에게 존경심과 진심을 담은 고마움마저 막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대다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이 법이라는 테두리에서 자행된다. 참교육의 의미가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앞선다.

스승의 날이 가까워지자 많은 단원들이 스님에게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면 안 되는지를 물어왔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학원 강사는 교육 관련 직이 아니라 스승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직자도 아닌 직업으로 분류되어 카네이션을 받아도 된다고 하였다. 스님도 직접 공무와 연관되지 않았기 때문에 받아도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자꾸만 늘어나는 어린이 합창단원들은 차마 자신의 선생님께 전할 수 없는 아쉬움이라도 달래려는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며 카네이션과 편지를 전해 주었다. 너무 인정 메마르고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사찰에서라도 인정 넘치는 삶의 모습을 전해 주고 싶다.

우리 단원들의 스승의 날 편지에는 사찰에 처음 왔을 때의 어색함을 토로하고 시간이 지나서 너무나 친해져 좋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노래 연습하는 일요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고 한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 중 하나는 우리가 가르치는대로, 시키는대로 변화해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다 큰 어른들은 법문이나 강의 시간에 아이들보다 몇 배 집중해서 듣고 있는 듯 하지만 곧 잊어버린다. 법문에 따른 변화도 정말 기대하기 힘들다. 수십 번 경고성 지적을 해도 돌아서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적사항을 반복할 때는 정말 숨이다 막힌다.

리틀붓다들도 평소 때 보면 집중력도 없고 떠들고 딴 짓거리를 한다. 단원들에게 이것저것 이야기하고는 이야기하는 자신이 민망할 정도로 산만하기만 한 아이들을 보며 한숨 쉬기가 일쑤다. 하지만 산만한 듯 보이는 어린단원들이 듣고 배워 따르는 모습은 마치 맑은 물에 한 방울 잉크를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순식간에 확산되고 곱게 물들어버린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부처님이 가르치신 자비와 평등의 사상을 심어주는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는 하루였다.

청법가에 버금갈 정도로 잘 지어진 스승의 은혜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어느 때보다 가슴 찡했다. 올해부터는 학교에서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인성교육을 사찰에서 열심히 가르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어린이 합창단을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은 찬불가를 가르치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린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더 컸다. 이제와 생각하니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듯이 어린불자들에게 부처님의 자비가 흠뻑 젖어들게 한 것 같아 어느 때보다 흐뭇한 스승의 날이었다. 언젠가는 우리 어린이들이 스승이 되어 또다시 다음세대로 이어져 법륜을 굴려 가리라 믿고 싶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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