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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범산 김법린

기자명 이병두

항일·불교중흥 이끈 불교지식인

▲ 김법린은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회 반제국주의대회에 조선대표로 참여해 조선 독립의 자주성을 역설했다. 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김법린.

“일본의 식민제국주의는 국제정세 상 가장 범죄적이고 부끄러운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졌습니다. 이제 문명과 인류를 타락시키는 이 같은 범죄를 씻어내고 처벌할 때가 되었습니다.”

1914년 14세에 은해사로 출가
범어사 만세운동·만당 등 주도
해방 후 문교부장관 등 역임

1927년 2월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회 세계피압박민족 반제국주의대회’에 28세의 젊은 나이로 조선을 대표해 참석한 범산(梵山) 김법린의 사자후였다.

이 대회에는 범산 이외에 한글학자 이극로, 일제강점기 좌파 독립운동가로 활약하다 해방 이후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일성대학 총장을 지낸 허헌, ‘압록강은 흐른다’의 작가 이미륵(본명 이의경)이 참여하였다. 이때에 대표단으로 참여했던 네 사람이 나란히 찍은 위 사진은 한국 근대사의 매우 중요한 장면을 담고 있는데, 얼핏 보면 그 시대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오른쪽에서부터 이극로, 허헌, 김법린, 이미륵)

14세인 1914년에 은해사로 출가한 범산 김법린은 범어사 명정학교와 강원 사교과를 수료한 뒤 서울의 휘문고보에 들어갔다가 1918년 불교중앙학림으로 편입하였다. 3·1 혁명 운동 때에는 범어사 만세운동을 주도하였으며, 한 달 뒤인 4월 불교중앙학림 내에 설치된 ‘한국 민단본부’의 대표 자격으로 상하이로 망명하였다. 그곳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가하였으며, 임정의 ‘국내 파견원’ 자격으로 5월에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임정의 요청으로 ‘1884~1910년 사이의 일제침략 자료’를 수집·정리하여 임정에 전달하였다.

1920년에는 전국의 승려들을 군사체제로 조직하여 조직적인 항일운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의용승군(義勇僧軍) 계획’을 세우다 좌절되자 1921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대학 문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였다. 위에서 말한 ‘피압박민족반제국주의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여 활약한 것도 파리 대학 유학 경험이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피압박민족대회’ 개최 사실을 보도하는 1927년 3월23일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따로 ‘파리대학 출신 김법린씨 약력’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사진과 함께 그를 크게 소개하기도 하였는데, 이 기사를 보면서 불교인들이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1928년 초 귀국 후에는 백성욱·김상호 등과 함께 불교청년회의 중흥을 도모하였고, 1929년 1월 ‘조선불교 선교양종승려대회’를 개최하여 불교의 자주화를 위해 헌신하였다. 그 중에서도 만해 스님의 지도를 받아 그가 주도하여 조은택·박창두 등 승려들과 함께 1930년 5월에 만당(卍黨)을 조직하여 경남 사천 다솔사를 근거지로 항일투쟁을 펼친 일은 중요하다. 비밀결사였던 만당은 ‘일본의 식민지 정책 배척’ ‘정교분리’ ‘불교 대중화’ ‘불타정신 구현’을 주장하여 식민 지배 하에서 불교의 역할을 다한 것이었다.(범산은 만당 사건과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두 차례 구속되어 고문을 당하고 징역형을 받았다.)

범산의 일생에서 불교계에 특히 중요한 것은 1945년 민족 해방 직후 외교력을 발휘하여 ‘일본인 승려들이 거주했던 사찰을 종단에서 인수’할 수 있도록 미군정을 설득했던 일이다. 해방 이후 수많은 지식인·지도급 인사들이 ‘친일’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문교부장관·민의원·유네스코위원장·동국대총장·원자력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범산에게는 그런 비판이 제기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일반 사회의 고위직을 지낸 뒤에도 범어사 불교전문에서 강의를 하는 등 ‘불교인’이라는 자부심을 놓은 적이 없다. 한국불교계에 범산 김법린이 있었던 것이 큰 복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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