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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관리 고사하고 훼손돼도 속수무책

  • 교계
  • 입력 2017.05.29 11:15
  • 수정 2017.05.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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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보존·관리 사각지대 ‘성보문화재’

▲ 상주 남장사 괘불도. 조선 후기에 제작된 수작이지만 훼손이 심한 상태다. 비지정문화재라는 이유로 보존처리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방치되고 있다. 성보문화재연구소 제공.

학계에서 ‘상주 남장사 괘불도’는 1788년 제작된 ‘영산회괘불도’를 일컫는다. 문화재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18세기 경북 지역에서 유행하던 괘불도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널리 알려진 성보다. 그러나 남장사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괘불도가 하나 더 존재한다. 1778년 조성된 영산회괘불도로, 사연을 아는 이들 사이에서 ‘비운의 괘불’로 일컬어진다. 조성연대는 10년 빠르지만 펼칠 수 없을 정도로 손상이 심해 공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안료가 떨어져 내리고 화면 곳곳이 갈라지는 등 상태가 심각해 보수가 시급한 상태다. 그럼에도 비지정문화재여서 보존처리 예산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방치됐다.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항온항습 기능이 갖춰진 인근 성보박물관에 위탁보관한 것이 최선이었다.

관리 시스템·예산 체계 미흡
‘남장사 괘불’ 수리 시급해도
비지정이라 예산 신청 난항
지류 문화재 관리도 ‘심각’

성보문화재의 상당수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나마 2000년대부터 조계종을 중심으로 불교중앙박물관과 불교문화재연구소, 성보문화재연구원 등이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통해 종류별 성보 현황 조사를 통한 긴급정비 및 보존관리 등에 나서면서 과거에 비해 상황이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막대한 성보 수에 비하면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일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사찰에 소장된 10만7000여점의 성보 가운데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1490점으로 전체 1.4%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비지정문화재는 98.6%에 달하는 10만5950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행 문화재정책상 기본적으로 비지정문화재의 경우 문화재적 가치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나 지자체 등으로부터 관리·보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취약하다. 결국 문화재 지정 가능성이 아무리 높은 성보라도 비지정문화재일 경우 기본적인 보존처리 및 보수는 온전히 사찰의 몫으로 남는 셈이다.

그러나 문화재급 가치를 지닌 성보는 보관부터 쉽지 않고 기본적으로 보존처리에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성보를 전문으로 수리하는 업체나 전문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박물관 소장 문화재조차 상당수가 수장고에서 보존처리작업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지정 사찰 성보는 그야말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됐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2014년 감사원 조사 결과 국보 제38호 고선사지 삼층석탑은 문화재청이 보수가 필요하다고 결정했음에도 지자체가 예산신청을 하지 않아 10년이 지나도록 방치됐고, 국보 제202호 대방광불화엄경 진본 권37권과 김제 귀신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보물 제1516호), 법주사 신법천문도 병풍(보물 제848호)을 비롯한 다수 지정문화재들이 지자체 보수예산 신청목록에서 누락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때 관리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괘불을 포함한 각종 불화, 경전 등 지류문화재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특히 올 1월 문화재청에 의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지류문화재 10건 중 6건이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서, 비지정 지류문화재 보존 실태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류문화재는 재질 특성상 온도변화와 습도, 빛 등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쉬워 보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사찰에 소장된 불화나 전적류는 보존환경에 따른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불화인 괘불은 펼쳐 거풍(擧風)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 괘불함에 말려 보관돼 축이 휘거나 좀이 슬고 습기로 인해 훼손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실태 조사를 통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종수 성보문화재연구원 연구실장은 “사찰 소장 불화의 경우 20~30년 전 석정 스님 등이 개인원력으로 ‘한국의 불화’ 현황조사를 하면서 임시방편으로 보수한 것이 마지막인 경우가 상당수”라며 “괘불 역시 10년 전 조사 당시에도 배접이 떨어지고 보존처리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았던 만큼 세월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성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 중인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에 불교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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