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사업이 적법하게 진행됐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정치보복’이라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5월25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정책감사에 대해 국민의 78.7%가 찬성했다. 대통령의 정책감사 지시는 사실상 국민요구인 셈이다.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라 불린다. 22조원의 천문학적인 혈세가 들어갔고, 보존관리 및 부대비용으로 매년 5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이유로 일자리 창출, 홍수 예방, 수질 개선, 생태계 복원, 용수 확보 등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에게 남은 건 썩어버린 4대강과 숱한 생명들의 죽음과 분노뿐이다.
강은 식수는 커녕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게 썩어버렸고 주변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게 파괴됐다. 여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녹조가 발생해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해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감사는 이런 황당한 사업에 어떻게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될 수 있었는지, 또 국민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일사천리로 강행될 수 있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이명박 대통령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동조했던 전문가와 학자, 국책기관의 연구원들, 나팔수를 자임했던 언론들, 담합과 부실공사도 마다하지 않고 아귀처럼 혈세를 탐했던 건설회사 모두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는 사회를 좀먹던 적폐의 실체들을 도려내는 일이기도 하다.
‘벽암록’에 “뇌에 박힌 화살을 뺀다”는 의미의 뇌후발전(腦後拔箭)이라는 선어가 있다. 썩어버린 4대강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환경재앙이다. 연기(緣起)의 이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녹조를 뒤집어 쓴 채 죽어버린 숱한 생명들의 삶은 돌고 돌아 결국 우리의 어두운 미래가 될 것이다. 그래서 4대강 사업 정책감사에 더욱 철저히 임해야 한다. 뇌에 박힌 독화살을 뽑아내는 심정으로 말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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