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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생은 불생이라는 목표 달성 위한 과정”

▲ 일본불교사독서회는 5월26일 서울 목우선원에서 제12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자력신앙과 타력신앙은 공존할 수 있을까. 불교에서 두 가지 신앙형태는 깨달음의 본질과 연계돼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대승논사들은 양자의 우열을 가리는 데 초점을 맞춰 대부분의 논의를 진행해왔다. 초기불교와 달리 대승불교는 타력신앙의 길을 어느 정도 열어두었지만, 많은 논의들이 타력신앙을 하열한 중생과 결부시켜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토의 상징인 아미타불과 극락정토의 실존 가능성을 규명하여 자력신앙과 타력신앙의 공존을 타진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일본불교사독서회 학술세미나
한명숙 교수 ‘정토종·불교 공존’
아미타부처 실존 가능성 규명
“타력으론 최고경지 도달 못해”

일본불교사독서회(회장 김호성)는 5월26일 서울 목우선원에서 제12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한명숙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정토종의 종지는 불교의 근본사상과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를, 동국대 한국불교융합학과 박사과정 박오수씨가 ‘서원과 미’를, 일본불교사독서회장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가 ‘출가, 재가, 그리고 비승비속’을 각각 발표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한명숙 교수는 ‘석가불 이외의 붓다 존재 가능성’ ‘중생 요청에 응답하는 붓다 존재 가능성’ ‘정토의 존재 가능성’ ‘타력신앙과 자업자득의 원리 상충 여부’ 등을 살펴보고, 깨달음에 있어 타력신앙이 지닌 의미를 고찰했다. 우선 ‘석가불 이외의 붓다 존재 가능성’에 대해 한 교수는 초기불교 문헌을 근거로 “아미타불을 상정하는 것이 불합리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초기불교 문헌에 석가불 이전 성불한 붓다의 이름과 “붓다가 세상에 계시든 계시지 않든 법은 영원하고 법을 보는 이 누구나 붓다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과거불 중 한 분으로서 아미타불을 상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생 요청에 응답하는 붓다의 존재가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독점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두루 나누어주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또한 부처님은 번뇌를 소멸해 태어남의 원인인 업이 존재하지 않지만, 이 상태는 ‘연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지 ‘전무(全無)’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부처님의 대비덕성과 불생(不生)의 참된 의미를 종합해 볼 때 “중생의 요청에 응답하는 붓다의 존재란 전혀 고려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으로 대승불교가 알라야식을 윤회의 주체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정토의 존재 가능성’ 논의를 이어갔다. 한 교수는 “알라야식의 내용은 윤회의 세계를 결정하고 혹은 현생에서 타세계를 경험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는데 그것은 중생의 숫자만큼 다양하다”며 “그렇다면 세계 또한 알라야식의 숫자만큼 존재할 수 있다. 중생이 윤회한다는 3계28천은 범주로 설정했을 뿐이므로 극락정토 또한 3계28천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할지라도 존재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불생’과 ‘왕생’이 서로 상충되는 지점은, ‘왕생’을 ‘불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설정하여 접목을 시도했다. ‘무량수경’이 염불의 궁극적 이익을 ‘멸도를 얻는 것’이라 말한 것을 통해 “아미타불이 극락정토를 건립한 것은 그곳에 왕생해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려는 게 아니라 불도를 성취하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춰 수행에 전념하거나 실제 불도를 이룰 수 있게 하려는 것에 있다”고 규정했다. 즉 과정이 다를 뿐, 도달하려는 궁극적 목적지는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한 교수는 “자력신앙이 가능하면 그것을 행하되 타력신앙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며 “하지만 타력신앙에 의해서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으니 그 상황을 벗어났을 때는 그보다 상위의 길인 타력신앙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는 김호성 교수의 ‘나무아미타불’ 번역출판 고불식도 함께 진행됐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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