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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주완 조계종 신도시 문화 시설건립 TF팀장-상

삶의 방향 결정지은 부처님 가르침

 
고등학교 1학년 때 비로소 진짜 부처님을 만났다. 경남 마산의 신심 깊은 집안에서 태어나 할머니, 어머니 손을 잡고 절을 드나들긴 했지만 불교에 대한 이해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다 울산으로 이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친구의 권유로 동축사를 찾았다. 무상과 무아, 모든 것이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가르침은 내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형언하기 힘든 감동이었다. 종범 스님이 쓴 ‘불교를 알기 쉽게’를 읽으며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내 삶의 방향은 그때 결정됐고, 지금껏 불자로서의 삶을 살아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고1 때 불법에 감동받아 발심
문화포교 발원으로 공부 매진

고등학교 2학년 때 불교학생회 교리부장을 맡았다. 학교공부보다는 불교를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구대 입학식 다음날, 혼자 불교학생회인 ‘진아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대학생불교연합회 대구경북지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불교가 문화를 매개로 대중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사명감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이즈음이었다. 풍물패에 들어가 활동했지만 부족함을 느꼈다. 조직을 확대하고자 대구경북지부 문화부장을 맡았던 2학년 때 노래부, 답사부 신설을 계획한 뒤 후배들에게 인계하고 입대했다. 하지만 제대한 뒤에까지 노래부와 답사부가 만들어지지 않아 다시 한 번 발원하고 예산을 모으기 위해 해인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성철 스님의 사리를 친견하는 자리였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나는 줄을 세우고 안내하며 정신없는 3개월을 보냈다.

아르바이트비를 받아 신디사이저와 앰프를 구입했으며 문화국을 만들었다. 풍물패 수준에서만 머무르던 대불련 대구경북지부의 문화 역량을 포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문화국 구성원들과 공연을 기획하고 대구 시내 백화점 공연장을 대여해 사람들을 모았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 앞에서 노래, 합창, 그룹사운드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쳤다. 이를 통해 문화의 파급력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불교에 문화를 접목한 문화포교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었다.

▲ 1996년 어린이박물관 강사를 할 당시 학생들과 함께.

체계적인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입사해 각종 강연을 기획했다. 인류학, 고고학, 미술사, 철학, 역사학 등 기획한 모든 강연을 들었다. 앞서 학부 때는 뜻 있는 학우 6명을 모아 불교를 중심으로 복지, 환경, 문화의 현안들을 논의하는 스터디를 결성하기도 했다. 흡수하듯 공부했다. 대학원 공부도, 스터디도, 강연도 너무 재미있었다. 공부가 이토록 재미있다는 사실을 이전에는 몰랐었다. 고루하여 대중들에게 괴리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찰 양식들이 저마다의 근거와 전통을 갖춘 완성된 형식으로서 마음에 담겼다. 각 시대의 정신과 현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불교문화를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 시대에 맞는 불교문화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스터디 학우들과 환경단체를 만들려다 좌절한 것을 계기로 팔공산답사회를 결성해 사람들을 조직하고 불교문화 역량을 키웠다. 사찰에 불교문화센터를 만들어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꿈도 꾸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내가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다. 간절하게 원을 세우면 결국 이뤄진다는 것을 믿는다.

대학원 졸업 후에도 국립중앙박물관회에서 계속 일을 해오다 문득 내가 지쳐있다고 느꼈다. 그때 조계종은 현재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건립 계획을 세우고 내부에 박물관도 짓기로 결정했다. 공항 감정관실에서 일하고 있던 선배가 찾아왔다. “감정관실에서 일할래, 조계종에서 일할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종무원 공채에 지원해 합격했다. 2001년 10월, 조계종 문화부에 입사했다.

정리=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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