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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부산 동래구 정각사

문화·복지 포교로 제2 전성기 맞이하다

 
▲ 부산 정각사는 지역의 변화에 발맞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복지사업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아했다. 지난해 10월 개최한 ‘통일음악예술제’(사진 맨위)와 ‘정각사’(사진 아래) 전경.

지난 5월3일 부처님오신날, 부산 동래구 시실로 일대에는 오색 연등이 아파트단지 사이를 수놓았다. 아파트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총지종 부산 정각사(주교 법상인 전수)에서 내건 연등이었다. 풍성하게 넘실거리는 것은 연등만이 아니었다. 절 마당도 이른 시간부터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컵등 만들기, 염주 만들기, 재활용품을 이용한 장난감 만들기 등 각종 체험부스마다 가족단위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솜사탕, 팝콘 등 다양한 먹거리도 축제의 분위를 한층 고조시켰다. 법당이 아닌 절 마당 한 가운데 모신 관불대는 부처님오신날의 기쁨을 신도들뿐 아니라 주민들과 나누려는 정각사의 배려를 충분히 짐작케 했다. 신도들과 주민들로 가득 찬 도량의 풍경에 법상인 전수는 42년 전 정각사 개원 당시 느꼈던 환희심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정각원 전수 원력으로 시작해
지역 대표하는 포교도량 성장
아동센터·문화교실 운영 통해
동래주민 좋은 이웃으로 거듭

“그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격변의 70년대 수많은 사람들이 정각원 대전수님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자그마한 이 도량을 찾아와 마음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정각사는 출발 당시부터 종교를 초월해 주민들과 함께하는 열린 도량이었던 것이지요.”

총지종 부산경남교구 중심사찰이자 종단 사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정각사는 부산서도 손꼽히는 포교도량이다. 3년 전 정각사 주변 재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고층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지금이야 그 표현에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겠지만 40여년 전 개원 당시만 해도 불교는 여전히 산중 사찰이 대세였다. 하지만 초대주교를 지낸 정각원 대전수부터 현재 법상인 전수까지 정각사를 거쳐 온 전수, 정사들과 신도들은 항상 시대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는 데 앞장섰다는 것이 정각사를 거쳐 간 소임자들의 전언이다.

정각사는 1972년 초대주교 정각원 전수의 자택을 도량 삼아 총지종 부산 선교부를 개설한 것이 그 출발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도량이라는 한계를 넘어 정각사는 1970년대 민중의 아픔을 보듬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무상과 하심을 당부하는 정각원 전수의 지극한 설법, 하루 종일 이어지는 수행과 기도의 환희심에 많은 사람들이 정각사를 찾아왔고, 1977년 현대식 2층 건물로 거듭나면서 정각사의 법향은 부산 전역 총지종 7개 지부의 신설로 확장됐다. 음성포교의 가치에도 일찌감치 눈을 뜬 정각사는 개원과 더불어 부산·경남 만다라합창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만다라합창단의 오랜 신행과 포교 원력은 지난해 제5회 총지종 통일음악예술제가 부산 동해중학교에서 진행됐고, 총지종이 매년 통일예술제를 개최하기로 결정하는 밑바탕이 됐다.

초대주교 정각원 전수는 불교의 화합, 사회와의 소통에 관심을 갖고 앞장섰던 선구자였다. 특히 부산불교연합회 창립을 주도, 1982년 연합회 부회장 소임을 지냈으며 종단을 초월해 스님, 불교지도자들과 교류하며 부산불교의 화합과 발전, 나아가 사회적 위상 강화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정각사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1997년 두 번째 불사를 거쳐 부속전당과 본당을 갖추면서 사격은 넓어졌지만 지역 재개발이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선한 심성으로 참회를 거듭하던 기존 저소득가정의 신도들은 재개발로 인해 하나, 둘 다른 지역으로 떠나갔다. 개발로 인한 소음과 분진의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면서 정각사는 소리 없이 수행과 기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3년 전부터 신도시가 조성됐고 도량 인근에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정각사 앞으로 넓은 도로가 조성돼 언제 어디에서나 찾아오기 쉬운 도량이 됐고, 새로운 주민들이 하나 둘 정각사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정각사는 지체 없이 ‘포교·수행 중심도량’에서 ‘주민중심 문화복지도량’으로 전법의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저소득 맞벌이 계층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바라밀지역아동센터’를 개설한 사실은 지역 내에서 모범사례로 꼽힌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한번 인연을 맺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업과 인성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운영해 지역사회에서 훈훈한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비정기적으로 주민센터를 통해 저소득 계층에 쌀을 전달하는 등 나눔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중산층 주민들을 위해 개설한 스포츠댄스, 사군자 등 문화강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옛 전성기의 모습을 회복한 정각사는 더 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정각사의 창건 이후 세 번째 불사다. 이번에는 법당을 새롭게 조성하는 차원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센터 건립을 발원 중이다. 수준 높은 갤러리와 강당 및 편의시설을 갖추고 요청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 사랑방 역할 복합문화센터 발원”

부산 정각사 주교 법상인 전수

 
“주민들을 위한 치유와 휴식의 공간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총지종 부산 정각사 주교 법상인<사진> 전수는 “수년 내 정각사 인근에 복합문화센터를 조성해 문화로 소통하는 도량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종교의 차원을 넘어 전시장을 찾는 예술가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강연을 희망하는 전문가들에게 강연장이 될 수 있는 문화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미 문화명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정각사가 본격적인 문화도량으로의 발돋움을 준비 중인 것이다.

정각사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 중인 법상인 전수는 정각사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정각사가 개원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초대주교 정각원 대전수의 법문에 발심했다. 법회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어린이·학생회법회 지도교사를 거치며 총지종 수행자가 됐다. 그러나 주교 소임을 맡아 3년 전 다시 정각사에 왔을 때는 40년 전 화려했던 옛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법상인 전수는 “사찰 주변이 재개발로 인해 변모한 만큼 포교 침체기를 겪고 있는 도량에 변화가 필요했고, 신도들과 마음을 모아 지역아동센터와 문화강좌를 열었다”며 “적어도 지역 주민들에게 정각사는 단순한 사찰 이상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법상인 전수는 “40여년 전 정각원 대전수의 가르침을 기억하는 분들이 지금도 정각사를 다니며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 많은 귀감이 된다”며 “지금 정각사를 찾는 주민들에게도 정각사가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항상 주민들과 함께하는 열린 도량으로 정각사 구성원들과 함께 정성을 다해 가꾸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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