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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연화림처·운화무처·분별고처

기자명 김성순

술 먹여 고통스럽게 하는 게 악업
모래덩이처럼 온몸 부서지는 형벌

이번 호에서는 먼저 규환지옥의 열네 번째 별처지옥인 연화림처(煙火林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연화림처는 원수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술을 주어 고통을 받게 한 인연으로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원수 관계가 된 인연과는 별개로 일단 누군가에게 술을 먹여서 고통을 받게 한 것 자체로 악업을 짓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상대가 원수이더라도
술을 먹이는 것은 큰 죄업
욕심과 어리석음의 업보는
반드시 악업의 과보 이어져

이 연화림처의 죄인들은 불처럼 뜨겁고,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에 휩쓸려 공중으로 불어 올려져서 이리저리 부딪치고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마침내 모래덩이처럼 온몸이 부서진다. 고통이 반복되면서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 싶지만 전생에 저지른 죄의 업력으로 인해 죽었다가도 끊임없이 되살아나게 된다. 또한 이 지옥의 죄인은 악업의 기운이 다할 때까지 뜨거운 불, 날카로운 칼, 무거운 쇠, 온갖 병, 뜨거운 재 등으로 인한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죄인이 머나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혹여 전생의 작은 선업으로 인해 인간 세상에 나더라도 항상 사람을 지고 다니는 일을 하게 되어 목 부위에 늘 종기가 나있게 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열다섯 번째 별처지옥인 운화무처(雲火霧處)는 외도나 불교도에게 술을 주어 취하게 해서 망신을 주고 조롱한 사람이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운화무라는 이름 그대로 이 지옥 안에는 거대한 불덩이가 타고 있으며 옥졸들이 들어 온 죄인들을 잡아 그 안에서 걷게 한다. 온 몸이 불에 타 절명한 죄인들을 옥졸이 집어 올리면 다시 살아나서 또 다시 불속에 던져져 같은 고통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받게 된다. 마치 재처럼 형체가 사그라들었다가도 불바람에 날리면 다시 낙엽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이 운화무처 죄인들의 모습이다.

다음으로 규환지옥의 열여섯 번째 별처지옥인 분별고(分別苦)지옥은 탐욕에 물든 이가 자신의 하인들에게 술을 먹여서 술기운에 힘입어 사냥을 하도록 만들어서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그 이름처럼 고통을 분별(分別)하여 받는 지옥이라, 죄인들의 업을 갖가지로 분별하여 그에 맞는 온갖 고통을 각각 따로 받게 된다. 업에 따른 징벌을 세세하게 나누어서 받다 보니, 결국 다른 모든 지옥에서 받는 고통을 이 분별고 지옥에서는 두 배로 받게 된다.

죄인의 몸이 지옥에서 징벌로 인해 죽었다 살아나기를 수없이 반복해도 악업은 저절로 타거나 부서지지도 않으며, 머나먼 시간 동안 서서히 죄인의 고통을 동력으로 삼아 소멸되어 간다. 혹여 전생의 작은 선업이 익어 죄인이 다시 인간 세상에 나더라도 성격이 괴팍하여 대하기 힘든 사람으로 살게 된다고 한다. 결국 전생의 업력의 기운이 남아 악업의 가능성을 다시 지니고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지옥의 고통상은 심지어 읽기도 힘들 정도로 묘사의 극한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 규환지옥의 죄인들이 옥졸들에게 자비를 읍소하는 장면을 읊은 게송을 읽으면 왜 불교가 지옥의 교의에서 이토록 촘촘하게 고통의 양상을 설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은 어찌 자비심이 없는가. 다시 어찌 적정(寂靜)하지 않는가. 나는 자비심의 그릇이니 나에게 어찌 자비심이 없는가.”

이때 염라인들이 죄인들에게 답하기를,

“너는 애욕의 올무에 넘어가서 악과 불선업을 저질렀다. 지금 악업의 과보를 받고 있는 것인데 어찌하여 나를 원망하는 것이냐. 또 말하기를, 네가 본디 악업을 지은 것은 욕심과 어리석음에 끌린 것이다. 그때에 어찌 참회하지 않았느냐. 지금 참회한들 어찌 그 죄에 닿겠느냐.”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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