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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28년 조선불교학인대회 개최

기자명 이병두

전통교육 역설한 젊은 승려들 기개

▲ 1928년 3월14~17일 서울 각황사(현 조계사)에서 열린 ‘조선불교학인대회’.

“첫째, 불타의 구제자(救濟者)의 중심자로 큰 임무와 굳건한 행실을 가지자. 둘째, 시대에 적응한 교화방법을 만들자. 셋째, 불교 조선의 건립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통일적으로 준비하자. 넷째, 불타의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불지(佛旨)를 몸으로 실천하기 위하여 불교 교육제도의 확립을 기하자.”

청담·운허 스님 등이 주도
주지직 안 맡은 46명 참여
불교발전 위한 다양한 논의

위 네 가지 다짐은 청담·운허 스님 등이 주도하여 1928년 3월14~17일 각황사(현 조계사)에서 개최한 ‘조선불교학인대회’에서 채택한 강령이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수구 세력을 배제하고 젊은 학인들의 순수한 ‘불교발전 의지’를 밝히기 위하여 주지 소임을 맡지 않은 승려로 자격을 제한한 이 대회는 총 46명이 참석했다. 위 사진에서 참석자들의 다부진 자세와 빛나는 눈빛에서 학인들의 의지와 간절한 마음을 쉽게 읽다. 머리를 기르고 양복을 입은 해외 유학파 승려들과 대조적인 이 사진에서 이 대회가 전통 강원에서 공부하던 학인들 중심으로 개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말부터 일본 불교가 몰고 오는 거센 파도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전국의 사찰들은 신식 학교를 세우고 전통교육을 재정비하는 등 다양한 자구 노력을 펼쳤다. 근대적인 학교를 세우고 그에 맞추어 교과과정을 편성하여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는 포교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 반면에, ‘전통수호’에 방점을 찍고 ‘강원교육 정상화’를 강조하는 보수파도 있었다. 보수파 일각에서는 오늘날의 중앙승가대처럼 “중앙에 중심 교육기관을 세워서, 그때까지 각 본산에서 시행하던 강원 중심의 전통교육을 통합하여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었다.

어쨌든 전통교육을 받는 학인들은 신식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 비해 자신들이 ‘경시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신식 교육 시행에서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게 되자 “전통교육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답을 내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밑바탕에 깔린 “불교 집안에 학자다운 학자, 승려다운 승려가 없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은 신교육을 주창하는 쪽과 다를 바 없었다.

따라서 전통교육의 위기에서 대회가 촉발되었지만 진지한 논의 결과 학인들은 ‘전통에 충실하되 방법에 있어서는 신학문을 수용하기로’ 결의하고, 그에 따라 중등과에 ‘조선불교사·조선역사·조선지리·동물학·식물학·광물학·생리학·수학·일본어’ 등을, 고등과에는 ‘세계종교사·인도철학·철학개론·세계 지리 역사·경제학’ 등의 과목을 신설하였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몇 년 전 조계종 교육원이 교육개혁을 실시할 때에 마냥 저항하던 일부 강원들에 비하면 80여년 전 스님들이 시대 흐름을 훨씬 더 잘 읽었던 셈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개최된 ‘학인대회’는 젊은 학인들이 불교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활로를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의지를 담아 앞에서 말한 네 가지 강령을 채택하고 30대 후반의 운허 스님을 회장으로 선출하였는데, 스님은 남은 경전 번역과 역경사 양성·동국역경원 설립·광동학원 설립 등 이 대회의 강령을 실천하는 ‘학인대회’의 산 증인으로 일생을 살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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