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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의 공덕과 엄중함

가사는 공덕 쌓는 귀의 상징물
스님들 가사 무거움 늘 새기면
대중들도 저절로 공양 올릴 것

가사(袈裟)는 스님들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복을 이르는 말이다. 인도에서는 스님들이 늘 입는 평상복이었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동아시아에 전래되면서 불교 의식이나 법회 때 편삼 위에 걸치는 의식복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평생 가사 세벌과 발우 하나만을 소유했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 가사는 단순한 의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록 누더기 옷을 기워 만들어졌더라도 고결하고 성스러운 귀의의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가사는 공덕을 쌓는다고 하여 공덕의(功德衣),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하여 해탈의(解脫衣), 세속을 벗어난다고 하여 출세복(出世服), 삿됨을 항복받는다고 하여 항사의(降邪衣), 늘 자비로워야 한다고 하여 자비의(慈悲衣), 어떤 욕됨이라도 견뎌야 한다고 하여 인욕의(忍辱衣), 세속 사람들이 버린 옷으로 만든다 하여 분소의(糞掃衣) 등으로 불렸다. 이런 이유로 스님들에게 가사를 공양하는 전통은 부처님 당시부터 있어왔다. 불경에는 가사 보시가 들어오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청정하고 차별 없는 마음으로 받아야 하며, 가사를 입고서는 법에 걸맞은 언행과 수행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선덕여왕이 자장법사에게 금란가사를 내렸다는 것을 비롯해 가사공양에 대한 기록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가사공양을 불자들이 공덕을 쌓고 신심을 증장하는 대규모 행사로 만든 것은 대만이다. 대만불교계는 1992년부터 국제공불재승대회(國際供佛齋僧大會)를 개최해오고 있다. 음력 7월15일 우란분절을 맞아 열리는 이 행사는 대만불교계의 연합행사로 부처님의 복덕과 지혜를 찬탄하고, 하안거를 마친 스님들을 초청해 공양을 올리는 법회다. 대만은 물론 중국, 한국, 일본, 티베트, 베트남, 미얀마,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 각국 스님 8000여명과 재가불자 5만여명이 참여하는 등 대만불교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날 재가불자들은 스님들에게 음식, 과일, 향촉, 거마비를 비롯해 가사를 공양하기도 한다.

국내에도 이런 행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런 가운데 서울 목동 반야사(주지 원욱 스님)가 6월1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100인의 불자들이 100인의 스님들께 올리는 가사·장삼 공승제’를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다른 나라의 바람직한 문화를 수용해 우리 불교계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공승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님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부터 바뀌어야한다. 대만의 스님들은 결코 육식과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교육, 복지, 봉사, 문화 등 각계각층에서 사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재가불자들과 함께 자연재해와 테러 참사현장을 찾아 구호활동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 이재형 국장
스님들을 공양하는 것도 좋지만 공양을 받을 수 있는 스님들이 많아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휴정 스님은 ‘선가귀감’에서 수행자의 겉모습을 하고서 속으로 돈과 명예를 추구한다면 그런 사람은 불자가 아니라 ‘가사 입은 도둑’이라고 했다. 스님들이 가사의 무거움을 알고, 사람들이 공덕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누구에게나 자비로우며, 항상 인욕하는 모습을 보일 때 대중들은 진심을 다해 공양을 올리게 될 것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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