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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출동중명(雲出洞中明)

가야사 복원은 시대적 소명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을 지시했다.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의 혜안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가야는 이 땅에 존재했던 국가지만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정사라 할 수 있는 ‘삼국사기’가 가야사를 외면해 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삼국유사’에서 가야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고대사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가야사는 잊힐 수밖에 없었다. 가야는 이 땅에서 500년을 이어온 나라다. 영토는 영호남 영역을 함께 아울렀다. 대통령의 가야사 복원은 여기에 방점이 찍혀있다. 과거 독재 권력이 심어놓은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가야사라는 동질의 역사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가야사 복원은 친일의 역사를 극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일본이 한반도 남부, 특히 가야를 다스렸다는 임나본부설과 같은 역사조작을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친일사관에 뿌리 둔 국정교과서 집필에 앞장섰던 관변사학자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불교계로서도 가야사 복원은 환영할 만하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소수림왕 2년(372)이다. 그러나 가야불교는 김수로왕 7년(기원전 48),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이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불경과 탑을 가지고 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불교 남방전래설의 근거다. 만약 가야사가 제대로 복원된다면 한반도 불교도래 시기는 324년 정도 앞당겨질 개연성이 높다.

옛 가야지역에는 지금도 엄청난 수의 고분과 유물, 가야불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독특한 문양과 사찰, 인도의 돌로 만든 탑 등이 남아 있다. 빈약한 옛 기록만을 들추며 가야사를 애써 외면했던 책상물림은 이제 그쳐야 한다. 그리고 가야가 이 땅에 남긴 구체적인 현장 속에서 역사의 흔적을 살펴야 한다.

선어에 운출동중명(雲出洞中明)이라는 말이 있다. “구름이 걷히니 동굴 내부까지 밝아졌다”는 뜻이다. 이제 가야사를 가려왔던 온갖 편견들을 걷어내야 한다. 가야사가 온전히 복원된다면 영호남의 화합과 친일사관의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해결은 물론, 한국불교의 역사까지 함께 밝아질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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