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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군산불교사암연합회

작지만 강한 결속력으로 침체된 지역불교 재건

▲ 군산불교사암연합회가 지난 2015년 수송공원에서 봉행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모습.

사암연합회 회의 참석율 90%. 매월 열리는 정기회의에 연합회 소속 사찰 주지 스님 10명 중 9명이 참석한다는 뜻이다. 그 어떤 지역의 잘나가는 사암연합회에서도 보지 못한 이 특별한 수치의 주인은 바로 군산불교사암연합회. 작지만 강한 모임으로 전북 지역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소속 사찰은 종파와 종단을 통틀어 11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든 스님들이 지역 불교를 위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종단 초월한 11개 사찰
매달 회의 참석률 90%
열악한 지역 상황 속에서
다각도로 적극 행보 전개

최근의 예를 들자면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전국에서 진행하는 ‘행복바라미’ 모금에서 당당하게 전라북도 1위를 차지했다. 봉축행사를 제외하고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행사 종류도 다양하기로는 최다 수준이다. 스리랑카 이주민들의 축제인 ‘국제이주민화합마당’과 군산시 4대 종교 평화합창제, 연말이면 정기적으로 열리는 자비의 연탄 나눔과 장학금 지원, 군산불교인의 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제이주민화합마당’은 사암연합회 소속 사찰인 흥천사가 진행해 온 것으로, 취지에 공감한 스님들의 뜻을 모아 사암연합회 차원으로 확대했다. 군산시 4대 종교 평화합창제는 지역내 성직자들의 모임인 종교연합회를 중심으로 매년 각 종교가 돌아가며 개최하는 행사다. 기독교세가 강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운 군산 지역에서 종교화합을 도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사암연합회 차원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지역사회 반응이 좋아 예산을 정기적으로 지원받게 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자비의 연탄 나눔과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는 장학금 지원은 지역 내 불교 위상을 드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역 내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군산 불교를 재건하기 위해 처음 시도한 지역사회 회향 사업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군산지역불교의 열악한 사정은 장학금 지원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매회 장학금 수여자로 선정된 5명 가운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학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암연합회 스님들로 하여금, 지역불교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지역불교 단체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아예 정관상 ‘특례조항’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지역 내 군법당에 매월 포교지원금과 군산불교연합합창단 활동보조금을 지원하고 특별행사시 추가로 보조금을 전달한다. 경찰서 경승회는 아예 사암연합회 산하기구로 운영되며 경찰의 날에는 축하금과 선물을 증정한다는 점도 정관상 규정이다.

사찰 간 상호지원을 강화하는 조항들도 눈에 띈다. 은사스님 입적 및 속가 부모 부고시 1회에 한해 조화와 50만원의 조의금을 지원한다. 사찰별 경사에 발송하는 화환, 회원 스님의 병환시 위로금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정했다. 사람이 아닌 규정에 의해 체계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렇듯 작지만 강한 군산불교사암연합회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한 것은 불과 4년 남짓이다. 2013년 연합회장 소임을 맡은 도연 스님(상주사 주지)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출발했다”며 농담 같은 진담으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매년 12월이면 군산시청 1층에서 8층까지 이어진 대규모 트리가 크리스마스임을 알렸지만, 부처님오신날을 알리는 상징물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봉축행사는 동네 골목에 위치한 작은 초등학교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2013년 회장 소임을 맡은 도연 스님은 이듬해 봉축 분위기부터 대폭 변화를 꾀했다. 난색을 표하는 시청을 설득해 점등식을 열고, 봉축법요식 장소도 지역 중심인 수송공원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경찰 등 지역 관공서의 협조를 이끌어 시내를 관통하는 제등행렬도 진행했다.

적은 수의 회원 사찰로는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그러나 ‘지역불교 재건’을 향한 스님들의 원력은 굳건했고 조금씩 군산 지역불교의 변화를 이끌었다. 군산사암자원봉사회가 꾸려지고 지역불자들의 동참이 이어졌다. 군산 불교인의 밤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까닭에 500명 정원으로 제한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야말로 군산불교의 일대 변신인 셈이다. 열악한 군산불교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스님들의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지만 강한 군산사암연합회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군산=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종단 초월한 화합이 군산 불교 지탱하는 힘”

군산불교사암연합회장 도연 스님

 
군산불교사암연합회장 도연 스님(상주사 주지)은 2013년부터 회장 소임을 맡아 연합회를 이끌었다. 4년전 연합회는 그야말로 막막했다. 친목단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결속력이 없었다. 타종단과의 교류는 아예 단절된 수준이었고, 그나마 조계종 사찰을 돌아봐도 두 개의 교구본사가 중복되는 지역 특성상 ‘각각등보체’의 분위기가 만연했다. 통장 잔고는커녕 통장조차 없는 상황에서 돈 들어갈 곳만 많았다. 지역 내 불교의 존재감은 바닥 수준이었다.  

도연 스님은 다른 건 다 제쳐두고 ‘화합’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직접 스님들을 찾아다니며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종단간 차별이 없는 ‘지역을 위한 사암연합회’를 선언했다. 그렇게 지금의 11개 사찰이 뜻을 함께했다.

다음 목표는 체질 개선이었다. 군산사암연합회를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고 회의 체계와 재정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대외적 행사를 확대하는 동시에 내부적인 결속력을 다졌다. 모든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소한 사안도 회의 안건으로 올려 결정했다. 의견이 갈리면 표결로 결정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돈독해졌고 사찰 신도간 교류도 확대되면서 자연히 지역불교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

도연 스님은 “스님들이 지역불교 발전을 대의로 화합하고 마음을 모은다면 앞으로도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다들 넉넉지 않은 사찰 살림에도 지역불교를 위한 원력으로 적극적으로 나서 주는 스님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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