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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오이디푸스 ③

기자명 김권태

운명의 지혜를 훈습해 원력 주체로 거듭나다

오이디푸스는 목매달아 죽은 어머니를 보자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제 어미의 옷에 꽂힌 황금 브로치를 빼내 자신의 두 눈을 찌르며 소리쳤다. “이제 너희들은 내가 저지른 끔찍한 일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은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았고, 내가 알고자 했던 것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앞으로는 어둠 속에서 지내도록 하라. 제 아비를 죽이고 제 어미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은 이 가련한 운명은 대체 어디로 가려하는 것이냐?” 오이디푸스는 여러 번 자기 두 눈을 찔러댔고, 두 눈에서 흘러내린 검은 핏물은 그의 절규에 아랑곳하지 않고 잿빛 수염을 흠뻑 적셨다.

동성 부모 시기·질투하며 제거
부모 향한 미움·상실 극복하면
사회적 존재로서의 양심 선물
금지된 욕망 무의식으로 소멸

성차를 인지한 만 3살에서 6살 무렵의 아이들은 그간 쾌락의 원천이었던 엄마의 젖가슴(구강기)과 직장 점막을 훑으며 배설되는 배변의 쾌감(항문기)을 넘어, 몸에 자극된 이상야릇한 기분을 성접촉을 통해 주도적으로 배출하고 싶은 욕망(남근기)을 갖는다. 이때 아이의 성적 욕망은 어른들의 성관계와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랑하는 대상과 하나로 합일하고픈 욕망과 환상을 뜻한다. 그것은 어떤 고통도 없는 완벽한 구원의 세계, 즉 자궁 속에 머물던 지복의 기쁨을 이 세계에 다시 재현하고픈 욕망과 환상인 것이다.

이즈음 아이들의 감각은 성기에 집중되어 있다. 아이들은 자기의 성기를 만지며 불안을 잠재우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새로운 감각적 쾌락을 경험한다. ‘감각’은 ‘욕망’을 깨우고, 욕망은 ‘환상’을 통해 충족된다. 아이들은 자궁에서 분리되고 젖가슴과 분리되는 죽음불안과 분리불안을 넘어, 괄약근을 조절하여 변을 통제하라는 부모의 사회적 요구를 따르고, 마침내는 성정체성을 자각하며 비로소 남성과 여성으로 분리된다. 오이디푸스 시기는 불현 듯 아이의 눈에 들어온 ‘페니스의 발견’에서 시작된다. 젖가슴과 분리되며 점점 잠잠해지던 아이의 전능환상은 새로운 감각적 쾌락을 주는 페니스에 집중되어 다시 불씨가 타오른다. 남아는 페니스의 발견을 통해 결핍된 엄마의 남근(소중한 대상)이 되고자 하고, 여아는 페니스의 박탈을 확인하며 아빠의 남근을 갖고자 한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경쟁자가 된 동성의 부모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환상 속에서 그를 제거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환상은 곧 현실의 강력한 힘을 가진 부모에게 제압당하며 금지된다. 남아는 아빠에 대한 자신의 공격성이 투사되어 아빠에게 자신의 소중한 남근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거세불안’으로 엄마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고, 엄마의 욕망대상인 아빠를 ‘동일시’하여 ‘남성성’을 획득한다. 여아는 남근을 주지 않은 엄마를 미워하고 이 ‘박탈의 고통’으로 외로움과 비참함을 느끼며 엄마와 분리되었다가, 끝내 남근을 가진 아빠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좌절되자 아빠의 욕망대상인 엄마와 ‘동일시’하여 ‘여성성’을 획득한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아이의 유치하고 비도덕적 환상 속에서 벌어지는 근친상간·친부살해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을 반영한다. 아이는 성적대상인 환상 속의 부모를 포기하고 동일시 대상으로서 현실부모와 합일하여 고유한 주체로 분리-개별화된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미움, 상실과 애도를 극복하며 비로소 오이디푸스 시기의 복잡한 내적갈등이 해소되는 것이다. 그리고 운명처럼 피할 수 없는 이 시련은 어엿한 한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양심’과 ‘성정체성’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이제 환상 속의 금지된 욕망은 두 눈을 잃고 어둠 속에서 참회하는 오이디푸스처럼 억압된 무의식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다 사춘기의 강렬한 욕망과 더불어 오이디푸스 환상은 다시 찾아오고, 소년은 자신의 엄격한 초자아를 통해 이 무의식적 환상과 대결한다. 그리고 무의식적 충동을 통제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안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승화를 통해 소년에서 성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무명과 업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이 아니라, 운명에 대한 직관과 지혜를 훈습하여 원력의 주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김권태 동대부중 교법사 munsachul@naver.com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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