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0.22 일 15:13
> 연재 | 신현득의 내가 사랑한 동시
10. 이광수의 ‘어디서 오셨나?’불교사상 바탕으로 탄생 축하하며
인연 노래한 춘원의 아기 사랑 시
신현득  |  shinhd7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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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5  1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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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 1892~ 1950)라면, 소설 ‘무정(無情)’ ‘유정(有情)’이나 ‘흙’ ‘사랑’ 등을 떠올린다. 춘원은 우리의 신문학을 열었고, 소설문학을 열었던 선구자다. 그러나 춘원은 소설만 쓴 것이 아니다. ‘이광수 전집’(1962, 삼중당) 등 춘원문학 전체를 살피면 많은 작품 중에는 단권으로 엮은 시집이 있고, 시작품의 상당수가 어린이 독자에게 주는 동시임이 밝혀졌다.   

하나의 인생이 인연의 힘 의해
여러 세계 옮겨가는 내용 담아
아기는 부모 찾아 별나라에서
예쁜 날개로 날아온 귀한 손님


춘원 연구가로 춘원의 자서전 ‘나의 일생’ 등을 편찬한 한국 인물전기학회 회장이며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인 최종고 시인이 춘원의 저서에서 발굴한 동시 50편을 ‘아동문학평론’지 2014년 겨울호에 논문으로 밝힌 바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어디서 오셨나?’이다. 

어디서 오셨나?
             
우리 애기 어디서 오셨나?
저기 저기 별에서 오셨네.
이 세상을 구경하랴고
너훌너훌 날아오셨네.

생소한 이 세상에 누구를
찾아, 찾아 별에서 오셨나?
엄마 아빠 찾아 오셨네
우리 집에 귀한 손님.

신비감을 주는 이 시작품은 불심에서 씌어진 것이다. 하나의 인생이 인연의 힘에 의해, 여러 세계를 옮겨 다니는 것을 내용에 담고 있다. 춘원의 불심이 놀라웠던 것은 그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다. 예불시간에 이찬우곡으로 불리는 ‘청법가’가 춘원 이광수의 작사라는 것만으로도 짐작이 된다. 독립운동가요, 동국역경원 창설자였던 선지식 운허(耘虛, 1892~ 1980) 대종사가 동갑의 족형이었고, 춘원의 사상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다시 시작품을 살피면 대화법으로 진행되는 시의 첫 행에서 화자가 아기에게 묻고 있다. “우리 애기 어디서 오셨나?” 하고, 아기보살에게 존칭의 대화를 건다. 그러던 화자는 곧 아기가 온 곳을 인정한다. “저기 저기 별에서 오셨네.”하고.

불교의 우주관은 현대천문학 이전에 수많은 별나라를 인정하고 있었다. 하나의 일월을 가진 세계의 1000개 모임이 소천세계다. 소천세계 1000개의 모임이 중천세계이며, 중천세계 1000개의 모임이 대천세계다. 소천세계, 중천세계, 대천세계를 아울러 삼천대천세계라 한다.

부처님 가르침인 불교의 윤회사상은 이 삼천대천세계의 별나라마다, 인간의 키가 다르고 수명이 다르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별세계를 옮겨 다니는 것이 윤회다. 그러므로 아기가 다른 별 세계에서 온 것이 틀리지 않는다. 

이 시에는 시적인 묘미를 곁들여 “이 세상 구경하려고, 너훌너훌 날아오셨군” 하고 아기의 출생을 축하하고 있다. 그 먼 별나라에서 나비처럼, 새처럼 너훌너훌 날아왔단다. 얼마나 귀엽고, 재미의 맛이 나는 표현인가.

그러다가 화자는 다시 묻는다. “낯선 이 세상에 누구를 찾아 그 먼 별에서 날아오셨나….”   화자는 그 질문에 자답한다. “엄마 아빠 찾아오셨네, 우리 귀한 손님이.” 아빠, 엄마를 찾아서 날아 왔단다. 그렇다면 아가는 나비 날개, 참새 날개 같은 작고 귀여운 날개로 날개 짓을 하면서 “엄마! 엄마!” “아빠! 아빠!” 하고, 부르며 날아왔을 게 아닌가.

아기는 이 세상 엄마 아빠를 찾아 저 먼 별나라에서 예쁜 날개로 날아온 귀한 손님이다! 동경 유학시절이던 1919년에 ‘2·8 독립선언서’를 기초했던 춘원. 상해로 망명 후 임시정부 일원으로 ‘독립신문’ 사장으로 있었던 춘원. 귀국 후 언론계의 중진으로 있었으며,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했던 춘원이다. 여기에다 어린이들 위해 적지 않은 동시 작품을 남겨준 고마움이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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