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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최병오

기자명 김영욱

선(線)과 선(禪)을 말하다

▲ ‘만자공양(卍字供養)’, 종이에 먹, 50×50cm, 2016년.

‘만(卍)’자. 영문은 ‘스와스티카(swastika)’. 그 어원의 의미는 ‘행운으로 인도하는’이다. 우리에게는 불교를 상징하는 한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일설에는 부처님 가슴의 털 모양이 ‘卍’자 형상이며, 혹자가 전하기를 보리수 아래에서 수도할 때 붓다가 깔고 앉았던 풀의 모양이 그와 같았다고 한다. 이처럼 ‘만’자는 붓다의 가슴은 물론 손과 발에 새겨지며 만덕(萬德)을 의미하는 표시로 사용되었고 이후 불교를 상징하는 하나의 기호가 되었다.

대만작가 소왕신 작품을 보고
회화작가서 서예작가로 전향
부처와 수행 ‘卍’ 안에 담아

젊은 불제자인 최병오가 그린 ‘만자공양(卍字供養)’은 자신의 언어로 구현한 자신의 선행(禪行)을 보여준다. 하얀 종이 위에 검은 먹으로 쓰인 만자. 만자 안에는 가르침을 주고 있는 부처와 이를 보고 수행하는 자신이 존재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법이라는 ‘아법(我法)’, 복과 지혜를 함께 닦는다는 ‘복혜쌍수(福慧雙修)’, 진리를 알지 못하는 무명(無明), 즉 진여(眞如)에 대한 ‘비진여(非眞如)’의 글자를 새겨 먹을 묻혀 날인한 인장에서 그가 서도의 선(線)을 통해 궁극적으로 찾는 선(禪)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진리는 이해하기 어려우나 실체는 마치 ‘불(佛)’과 ‘만(卍)’을 모르는 어린 아이가 붓에 먹을 묻혀 장난친 것처럼 천진무구하다.

실제 작가는 서예에 입문한지 약 5년이 채 되지 않은 화가이다. 회화 작업을 해왔던 약 15년의 시간에 비한다면 짧다고 받아들여야 할까. 화면을 선과 색으로 채워나가야 하는 자신의 작업에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마냥 가벼이 떠난 여행지, 여러 지역의 사찰에서 조우한 중국과 대만의 서예가들, 그리고 그들의 작업에 감명을 받아 서예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낯선 여행에서 알게 된 글의 길, 서도(書道). 최병오는 화면에 그어지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검은 먹이 자신이 추구했던 작업의 궤적을 그려나간다고 말한다. 그는 15년 동안 오직 색과 선, 점과 면만을 이용한 추상주의 미술만을 구현해왔다. 그리고 2015년 10월, 대만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대만작가 소왕신(蘇旺伸)의 ‘동물장원(動物莊園)’ 전시에서 보게 된 한 작품을 계기로 ‘만자공양’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가 언급한 작품은 소왕신이 2008년에 그린 ‘Wow! A Ferris Wheel!’이다. 하늘색의 옅은 파스텔톤 배경에 여러 마리의 개들이 하나의 원에 매달려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을 동물에 빗대어 본질적인 내면의 세계를 그려낸 소왕신의 작품들은 작가에게 적지 않은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만자공양’과 ‘법륜공양(法輪供養)’의 두 작품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최병오는 붓다를 상징하는 ‘만자(卍字)’와 ‘법륜(法輪)’을 통해 끊임없는 선행(禪行)을 추구하는 자신 혹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관찰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 말은 곧 자신이 추구하는 선(禪)이 선(線)으로 구현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내가 받아 본 작가의 ‘만자공양’과 ‘법륜공양’은 아직 미완성이다. 화면에 색을 채워야 할 것인가, 어떤 선으로 구현해야 하는가. 작가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여러 물음을 던져나간다고 전해왔다.
2010년 가을, 강원도와 경상도 일대의 사찰 벽화를 실견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작가 최병오를 만난 것이 첫 인연이다. 그는 여러 화구를 펼쳐놓고 사찰의 풍경을 스케치하고, 나는 사찰 벽화를 촬영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에 대해 글을 쓰고, 그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작품에서 찾아나가고 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대만에서 메일을 통해 인터뷰에 응해준 작가 최병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김영욱 한국전통문화대 강사 zodiacknight@hanmail.net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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