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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선수 권중달-상

기자명 법보신문

▲ 77, 오맹
2006년이었다. 이 해는 30여년 간의 교직생활에서 정년한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일 아침 학교로 출근하여야 하는 일상이 학교 밖에 새로 마련한 연구실로 나가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일단 정년이라는 한 고개를 넘은 시점에서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교직 정년한 해 참선 접해
아내와 보리선수에 입문
오체투지·팔괘 수행 병행
일상체험 가능성도 엿봐

돌이켜 보면 지난 20여년 간 김천에 있는 직지사 조실 관응 스님을 뵐 겸 한 달에 한 번 관음재일이면 그 어른이 계신 중암을 찾았었다. 또 조용한 산사가 그리울 때면 중암의 요사채를 빌어 하루저녁 묵고 오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노스님과 함께 조선후기에 김대현(金大鉉)이 꿈으로 인생을 설명한 책인 ‘술몽쇄언(述夢?言)’을 넘겨 가며 인생이 꿈과 같음을 읽기도 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가졌었다.

사실 내가 공부한 것이 중국사상사여서 중국의 노·장이나 유·불에 대한 일정한 정도의 이해를 하고 있었던 터였고 그 위에 관응 스님의 법문을 통해 조금은 알 듯도 했다. 하지만 이 시점은 그러한 관응 스님마저 입적한 지 3년이 되는 해였다.

이때 쯤 나의 동반자인 아내는 선(禪)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이러한 바람 때문인지 2006년에 선수행을 하면서 ‘참선일기’를 써서 펴내고 이를 강의하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이 보리선수(菩提禪修)를 소개했다. 아내는 그곳에서 7일간 그 수행법을 배웠다. 나는 그 무렵 마침 인도 여행 계획이 미리 잡혀 있었기에 보리선수의 선수행을 접하게 된 것은 그 20여일 뒤였다.

사실 2000년도에 내가 스님 몇 분과 대학원생을 포함한 20여명으로 ‘중국선불교유적답사단’을 꾸려서 선불교의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대유령을 답사한 일이 있었다. 대유령은 6조 혜능 스님을 좇아온 혜명(惠明) 스님이 아직 머리도 안 깎은 행자 혜능을 만난 곳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혜능이 혜명에게 한 마디 던진다. ‘물이 더운지 찬지를 알려면 마셔 보아야 한다.’ 이는 너무도 유명한 말이지만, 대유령 답사에서 육조사 주련에 걸려있는 이 글귀를 발견하였는데 이것이 늘 귓가에 돌고 있었다.

물이 찬지 더운지는 온도계를 가지고 이야기 해 본들 어렴풋 짐작만 될 뿐 그 맛을 알 수 없다는 이 말은 불교이론 공부를 해 보았지만 맛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하는 말로 들렸다. 불교의 참 맛을 느껴보려면 역시 선의 체험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아내도 선 공부를 해 보고 싶어 했고, 나 또한 그러하였다. 머리로 기억하는 부처님의 이야기로 법열(法悅)을 체험하여 감동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면 선을 해야 할 터인데, 선하면 관응 스님 같은 분의 6년 결사 이야기가 떠오르니 이는 재가불자로서는 실천하기 어렵고 대단히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보통 참선을 하는데 화두를 든다고 하지만, 그것이 마음같이 쉽지 않아서 고수들이나 하는 것쯤으로 이해하고 있었기에 감히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 참선법을 보리선수에서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이 찬지 더운지 맛보자는 생각으로 보리선수에 수련하겠다고 등록을 하고 보리선수의 참선법을 배우기로 했다. 보리선수에서 가르치는 선수행법은 비교적 간단했는데, 그곳에서 법사들이 가르치는 것은 티베트와 칭하이에서 20여년 수련한 진푸티(金菩提) 종사에 의하여 창안된 몇 가지의 수행법이었다.

눈을 감고 음악과 이끄는 말을 좇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보리청정관상법’은 수행하는 사이에 소와 양이 노는 푸른 벌판으로 이끌어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청정하게 하였으며, ‘대광명수지법’은 우주의 무한한 에너지를 내가 끌어안도록 이끌면서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관상하며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하였다. ‘오체투지’는 자신을 낮추고 부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하였다. 또 ‘팔괘’는 온몸을 따뜻하게 하여 건강한 신체를 갖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수련법을 배우는 일주일간의 체험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고 나같이 바쁜 사람도 선을 체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먼 곳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선 체험을 일상적으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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