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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단 염불봉사팀 최복천-상

기자명 최복천

나와 인연 있는 영가들 모두 극락왕생 발원

▲ 80, 덕장
스님 2명씩 5일 동안 집에 와서 염불을 해줬다.

불교어산작법학교 등서
원왕생 염불 교육 수료
안치실 시신 옆서 봉사

할머니가 운명하고 5일장을 치를 때였다. 부모님이 생전에 다녔던 서울 도선사 스님들이었다. 49재도 도선사에서 지냈다. 저녁참으로 나온 비빔밥이 이제까지 먹은 비빔밥 중 제일 맛있었던 기억으로 남았다. 그만큼 부처님과 난 어렸을 때부터 깊은 연결고리로 묶여 있었다.

서울 화계사로 재적사찰을 옮긴 이유는 단순했다. 어디든 부처님 도량이었지만, ‘도선사 가는 길이 멀고 힘드니 화계사를 다니거라’는 아버지 유언 때문이었다. 당시 도선사 오르는 길은 상당히 거칠고 불편했다. 1996년 아버지가 운명했고, 화계사에서 49재를 했다.

주지스님이 진암 스님이었는데 재를 참 잘 치러줬다. 그때부터 이어진 화계사와 인연은 신도회장 연임 등 각종 소임을 맡게 됐고, 50년 넘게 이어졌다.

젊어서는 운허, 관응, 탄허, 경산, 지오 스님 등 큰스님 법문을 줄곧 들었다. 49재도 많이 참석해봤다. 숭산 스님에게 참선을 지도받았고, 독참으로 점검을 받기도 했다.

화계사에서 봉사와 소임을 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를 접했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아픔이기도 했다. 도반인 아내와 염불봉사를 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죄 없이 죽은 이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비록 서툰 염불이었지만 밤낮 가리지 않고 영가들 원혼을 달랬다. 한 달 동안 백화점 인근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염불봉사에 동참했다.

그 무렵,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불자들이 상을 당하고 나면 두렵고 외로운 마음에 불안함을 느껴 종교를 바꾼다고 했다. 한국불교계에서 장례문화 대비가 없다면 노년층 불자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같은 게 조성된 때였다. 숭산 스님에게 지도를 받았지만, 참선보다는 염불이 근기에 맞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마침, 서울 화계사 신도회장직 연임이 끝났다. 이제 내가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무엇을 하며 여생을 보낼까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1996년 일이니, 초발심이 20년 넘는 세월 동안 익어가는 셈이다.

1997년 불교자원봉사연합회에서 원왕생(시다림의식) 교육을 받았다. 염불포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내친김에 1998년 제3회 포교사가 됐다. 당시 불교어산작법학교 교장인 인묵 스님에게 초급과 고급반 교육을 받고 나니 염불포교에 더 자신이 생겼다.

처음엔 시간이 흘러 세연을 다한 자연사를 자주 접했다. 하지만 점차 세상이 복잡해지고 편의를 위한 기계들이 살생도구가 되어 갔다. 현대의학으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 생기기도 했다.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와 자살 그리고 불치병으로 죽은 영가를 더 빈번히 만나게 됐다. 가정이 넉넉하지 못한 영가를 만나면 더 간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망자와 마주할 때면 ‘이다음에 나도 저런 모습으로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는 게 만고의 진리다. 태어날 땐 시간과 장소를 예상할 수 있지만 죽을 때는 순서가 없다. 항상 죽음준비가 필요하다.

임종염불에 더 간절히 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와 인연 있는 영가에게 열심히 부처님 법 전해서 왕생극락하도록 더 정진하자’고 늘 발원한다. 또 ‘나와 인연 있는 영가들 왕생하게 해달라’고 부처님에게 기도한다.

“부처님 지난 생과 금생에 지은 죄업은 남김없이 소멸돼 생전에 못다 한 수행공덕은 원만구족케 하여 서방정토에 곧게 이르게 하소서”

염습할 때 안치실 내려가서 주로 염불한다. 시신, 즉 영가 옆에서 염불한다. 내 뒤는 신장님이 지켜주신다는 생각에 든든하다. 실제 신장님 보호를 받기도 했다.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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