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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기념사업회 새 이사장 지선 스님

  • 교계
  • 입력 2017.06.09 16:27
  • 수정 2017.06.09 18:15
  • 댓글 22

행정자치부, 6월5일 임명
불교계 민주화운동 재평가
“보다 나은 사회건설 노력”

 
1980년대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사회민주화 운동에 적극 나섰던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6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6월5일 기념사업회에 공문을 보내 새 이사장으로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을 임명했다. 기념사업회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국회가 지난 2001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제정하면서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이사장은 행정자치부장관이 임면하고, 이사는 이사장의 제청으로 행정자치부장관이 임면한다. 이사장으로 스님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온 불교계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선 스님은 1980년 ‘5·18광주민주항쟁’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으며 1987년 6·10민주항쟁을 주도했다. 특히 1987년 6월10일 서울 정동 성공회성당의 종탑에 올라 민정당의 노태우 대통령후보 지명 무효 선언문을 낭독함으로써 6·10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이 일로 지선 스님은 내란음모죄가 적용돼 서울 서대문구치소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 민족자주·통일불교운동협의회 의장,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공동의장 등을 역임하면서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견인했다. 사회 민주화를 이끈 지선 스님은 이후 불교내부의 개혁에도 앞장섰다. 특히 스님은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상임부위원장을 역임하며 불교내부의 부조리 척결과 제도개선 등을 이뤄냈다.

지선 스님은 “6·10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회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을 거울삼아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선 스님은 1961년 장성 백양사에서 상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1967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영광 불갑사, 광주 문빈정사, 제주 관음사, 장성 백양사 주지와 조계종 종정 사서실장, 중앙종회의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 백양사 유나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지선 스님과의 일문일답

불교계 민주화운동 재평가
스님 등 민주화 나섰지만
다른 종교에 비해 저평가
기록물 정리 통해 재조명
사회통합·통일문제 나서야
명진 스님 내부징계 문제에
외부 인사 개입은 부적절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많은 분들이 이사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산중에 살고 있고, 수행자로서의 길을 가야 한다고 몇 번 고사했다. 거듭된 요청에 맡기는 했지만 부담스럽다. 지난 겨울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을 거울삼아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 민주화운동에 직접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80년 ‘5·18광주민주항쟁’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젊은 청년들이 군사독재정권에 무참히 쓰러져가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다. 중생의 고통을 달래야 하는 것이 보살의 정신이고, 대승불교의 지향점이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으면 경에 새겨진 문자로만 존재할 뿐이다. 산중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시대적 소명을 다한다고 볼 수 없었다. 종교인으로서 민족과 시민의식이 결합된 실천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도 많을 것 같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됐다. 박종철, 이한열, 강경대 열사를 비롯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문과 최루탄에 맞아 죽은 학생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운동에 나섰고, 그 마음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987년 6월10일 서울 성공회성당의 옥탑에 올라가 ‘노태우 대통령후보 지명 무효’를 선언하며 방송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민정당은 장충체육관에서 노태우씨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군사정권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끝내 외면했다. 이대로 군사독재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일로 서대문구치소에서 옥살이를 했지만 군사독재의 부당함과 폭력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할 일이었다.”

▲1980년대 스님뿐 아니라 불교계에서도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민주화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안다.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나?
“그 당시 불교계 내부에서도 민주화운동에 적극 가담한 스님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실천승가회 소속의 스님들이 있었고, 이름 모르는 스님들도 많았다.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학인스님들도 함께 활동을 했다. 또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를 비롯해 청년 불자들도 사회민주화를 위해 적극 노력한 분들이다.”

▲사회적으로 불교계의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저평가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1990년대 초 어떤 학자가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청년 불자가 증가했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자료에 따르면 스님들이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민주화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불교에 귀의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1980년대 불교계의 민주화운동은 사회적으로 귀감이 됐다. 그럼에도 그동안 불교계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와 역사적 기록물들을 축적하는 데 소홀한 측면이 있다. 이제 불교계 민주화운동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각종 기록물들을 정리하고, 당시 활동했던 스님과 불자들의 행적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뤄졌고, 이번 대선으로 정권교체도 이뤘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촛불집회를 보면서 우리의 시민의식과 민주의식이 성숙해졌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는 독재정권의 비민주적 고통의 시기를 보내면서 저항하고 투쟁해 왔던 노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산적한 과제도 많다. 사회 화합의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원상생(解寃相生)이 필요하다. 상대가 상대의 한을 풀어주고, 참회와 용서를 통해 꼬였던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미래를 담보하기가 어렵다. 또 하나 통일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화와 통일은 결코 둘이 아니다. 통일을 담보하지 않은 민주화, 민주화가 담보되지 않은 통일은 허구일 뿐이다. 한국사회의 현실적 고통의 근본원인은 분단에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

▲불교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내 종교신앙과 사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신심과 역사의식이 결합된 실천이 있어야 한다. 중생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보살행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 때 불교도, 국가도 바로 설 수 있다. 그런 실천행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일부 사회 원로로 불리는 저명인사들이 명진 스님의 징계문제를 언급하면서 불교계를 유신잔당으로 비난한 사건이 있었다. 어떻게 보나?
“대단히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편들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종교내부의 문제를 외부 인사들이 말한다고 해서 절대 바로잡히지 않는다. 그것은 불교계 내부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외부에서 지적하는 것은 감정만 상하게 할 뿐 불교계 내부의 변화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서 어떤 일부터 할 계획인가?
“민주화운동을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사회 전반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싶다.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함께 보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사업에 역점을 둘 것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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