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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교철우(蚊子咬鐵牛)

가뭄과 4대강의 비극

가뭄이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이 하늘에 고사라도 지내야 할 형편이다. 타는 농심을 달래줄 유일한 방법이 절로 내리는 비밖에 없다는 사실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국가적 위상을 생각하면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뭄이 심해질수록 4대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있다. 22조라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사업에 쏟아 부은 이명박 정부는 이후 홍수와 가뭄을 극복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4대강은 가뭄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썩어버린 물이지만 강 곳곳에는 물이 가득하다. 그러나 사용할 방법이 없다.  피해지역 대부분이 강에서 20~30 km 떨어진 외곽이거나 산간지대이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에 4대강 물을 보내기 위해서는 도수로를 파야한다. 그러나 이게 불가능하다. 물이 모이는 강은 저지대이기 때문에 힘들게 도수로를 파서 연결한다고 해도 물을 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펌프를 사용해야 한다. 도수로를 파고 관리하는 것도 천문학적인 예산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어렵게 수로를 확보한다고 해도 물을 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런 지적들은 4대강 사업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뭄이나 홍수로 인한 피해는 지천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천 정비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높은 지대에 저수지나 댐을 만들어 물을 모았다가 급할 때 위에서 아래로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4대강의 썩어버린 물을 정화하기 위해 펄스방류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단체와 언론들은 가뭄에 물을 허투루 버린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선가에 문자교철우(蚊子咬鐵牛)라는 말이 있다. “모기가 철로 된 소를 문다”는 의미인데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이야기를 할 때 쓰는 말이다. 4대강 물로 가뭄이 극복되기를 바라느니,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 낫다. 기우제를 지낸다고 하여 물이 썩지도 천문학적인 혈세가 버려지는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잘못된 국책사업의 끝판왕인 4대강 타령은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가뭄을 극복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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