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흑석사 아미타불상 조성을 위한 권선문 내용이다. 금성대군을 아들처럼 보살폈던 태종의 후궁 의빈 권 씨가 주도해 만든 아미타삼존상으로, 애초 불상 조성이 여의치 못했던 듯하다.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불상이 조성됐음을 알리는 내용이 당시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단종과 단종 복위운동을 도모했던 금성대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성된 이 불상은 조성 당시 아미타불·관음보살·지장보살로 구성된 아미타삼존상이었으나, 지금은 아미타불상만 남아 있다.
이 불상은 1457년 세조에 의해 처형된 단종과 금성대군을 위해 1주기가 되는 1458년에 조성됐다. 그런데 이 불상을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는 어떤 경로를 통해 알려지게 됐을까. 그 답은 ‘복장기록’에 있다. 복장기록에는 불상의 명칭, 조성 연대, 봉안 장소, 불상을 만든 장인, 조성에 참여한 사람과 신분, 조성 배경 등이 자세하게 쓰여 있다. 때문에 복장기록은 종교적 가치뿐 아니라 당대 문화적 배경과 사상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
그리고 석가여래 열반 후 사리를 봉안한 불탑을 조성한 것처럼, 불상을 조성한 후 복장 의식을 통해 불상은 생명력을 갖게 되면서 신상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불상의 복장물은 그 자체로 신앙의 대상이 되고, 경전을 포함한 기타 여러 유물과 발원문, 조성기 등은 불상 조성 경위와 시기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된다.
이 책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기록 연구’는 유근자 박사가 2010년부터 1차 연구의 토대를 쌓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해 일궈낸 오랜 연구의 결실이다. 그 결과 조선시대 불상 300기의 복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의 노력 덕분에 조선시대 불상 조성기를 통해 불상 연구의 기초가 마련됐다. 또한 조선 건국과 함께 펼쳐진 억불숭유의 정책 아래 왕실 중심에서 수행자와 서민으로 이어지는 조선불교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는 등 조선불교사 연구의 외연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3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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