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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그림을 보고 필사하면서 만나다

  • 불서
  • 입력 2017.06.12 15:08
  • 수정 2017.06.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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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행복은 간장밥’ / 법정 스님 지음·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

▲ ‘법정 행복은 간장밥’
“그래, 자네는 어떻게 밥해 먹고 사나?”
“스님, 제가 혼자 자취를 해서요. 갓 지은 밥에다 간장 넣고 참기름 몇 방울 똑똑 떨어뜨려서 그렇게 간단히 때웁니다.”
“그래, 그 밥…… 참 맛있지.”

법정 스님은 그랬다. 간결한 대화 속에서도 듣고 공감하면서 상대를 어루만질 줄 아는 그런 수행자였다. 얼핏 무뚝뚝해 보이기까지 한 겉모습과 달리, 푸근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곁을 내줬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스님의 옛 모습을 그리워하며 생전의 글과 말에 눈과 귀를 집중한다.

월간 ‘샘터’가 지령 200호 기념으로 1986년 10월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에서 열린 대강연회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법정 스님이 강연한 ‘자신의 질서’ 내용과, 지령 400호 기념으로 2003년 4월 길상사에서 가졌던 대담 내용 등을 엮어 ‘법정 행복은 간장밥’으로 펴냈다. 스님을 추억할 수 있는 작은 인연과 말의 흔적들을 모으고 선별했다. 특히 스님의 유지에 따라 지금은 볼 수 없는 저서들의 서문을 따로 모아, 그 글들 속에 깃든 출간 당시 시대상과 수행자인 스님의 고뇌를 엿볼 수 있게 했다.

“행복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소욕지족,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립니다. 지극히 사소한 일상에 행복의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이 때로는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하듯이 한번쯤은 잊고 있던 나와 마주하십시오.”
“요즘처럼 시끄럽고 모든 것이 넘치는 세상에서는 강인한 자기 억제와 투철한 자기 질서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보람된 인생이란 욕구를 충족시키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책은 이처럼 법정 스님이 남긴 말과 곁에 두고 읽으며 대중들에게 전했던 불교 가르침들을 주제별로 모았다. 1장에는 스님이 이웃들에게 전하는 다정한 위로와 지혜의 말들이 담겼고, 2장에는 스님 자신의 성찰과 개인적인 소회, 3장에는 글쓰기와 관련한 생각, 4장에는 아꼈던 경전 구절과 불교 가르침을 모았다. 또 무소유를 실천했던 스님의 곧고 맑은 정신을 간결한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법정 행복은 간장밥’은 그 글을 필사할 수 있도록 꾸며, 옮겨 쓰는 동안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다. 책장을 넘기며 그때그때 마음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림 속에서 편히 쉬고, 글귀들을 마음 가는 대로 한 자 한 자 따라 써보는 동안 스님의 말이 잔잔하게 밀려와 마음 속 깊은 곳에 스며드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 책 뒤편에 ‘샘터 필사책 이렇게 써보세요’를 붙여 책의 다양한 활용법을 제안한 것도 이 책만의 특징이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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