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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사유와 깨달음 좇은 소설가[br]속마음까지 꿰뚫어 ‘선가귀감’ 풀다

  • 불서
  • 입력 2017.06.12 15:10
  • 수정 2017.06.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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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가귀감’ / 청허 휴정 지음·신지견 역해 / 새움

▲ ‘선가귀감’
“오늘날 바가바의 깨달음을 공부하는 이들은 전해 내려온 사대부들 글이나, 벼슬아치들의 시 구절을 본보기로 삼는다. 형편이 여기에 다다르니, 고급 종이에 아름다운 비단으로 책을 만들어 산더미처럼 쌓아 놓아도 만족할 줄 모르고, 그것을 최고의 보배로 여긴다.”

시대를 막론하고 본분을 망각한 채 삿된 것에 관심 두고 눈 돌리는 출가자가 늘 있기 마련인가보다. 서산대사로 널리 알려진 청허 휴정은 당시 출가자들이 수행은 뒷전이고 사대부들이나 벼슬아치들과 어울려 그들의 삶을 흉내내고 흥청망청 시간만 탕진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래서 이들 중 그래도 공부에 뜻을 둔 출가자를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비록 부족하지만 예전 선지식의 배움에 뜻을 두어, 종려나무 잎에 새긴 바가바의 말씀을 진귀한 보배로 삼았다 하나 그 말씀들이 끝없이 넓고 깊은 바다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처럼 복잡하고 퍽이나 번거로우므로, 뒷날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깨달음의 핵심을 젖혀두고 엉뚱한 곁가지의 잎만 부지런히 따느라 헛수고를 할까 봐 그 많은 가르침 가운데 요긴한 것 수백마디 말씀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글로 엄한 스승을 삼아 끝까지 파고들어 깊이 참구해 오묘한 이치를 얻는다면 구절구절에 살아 계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나타날 것이니, 부지런히 힘쓰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후학들이 올곧게 수행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깨닫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서원하며 지은 책이 바로 ‘선가귀감’이다.

휴정은 본래 선이나 교를 서로 다른 두 개의 것으로 보지 않았다.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의 말씀”으로서 그것은 결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 휴정의 선교관이다.

그러나 “말 없음으로써 말 없는데 이른 것은 선이요, 말 있음으로써 말 없는데 이르는 것은 교이다”라고 하여, 결국 불교의 올바른 수행 태도는 교를 버리고 선에 들어가야 함을 강조했다. 따라서 휴정은 이러한 자신의 불교관을 정립하고, 아울러 그 당시 불교계의 잘못된 수행태도를 바로잡기 위해 이 책을 서술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휴정은 ‘선가귀감’을 저술하면서 철저히 자기 자신의 독단을 경계했다. 예부터 선가에 전해오는 요긴한 말들을 토대로 했고, 이에 주석을 달고 송이나 평을 붙여 수행의 본질을 밝히려 애썼다. 그리고 책 말미에 임제종, 조동종, 운문종, 위앙종, 법안종 등 선가5종의 특징을 구별하는 설명을 붙였다.

특히 임제종지의 탁월함을 드러내 보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임제선을 널리 선양하고 선가의 가풍과 특성을 역사적 전통의 맥락 속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진정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 수행자들이 ‘선가귀감’을 찾는 이유다.

선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소설가 신지견이 원전의 묘미를 살리는 것은 물론, 서산대사의 속마음을 꿰뚫는 유려한 해설을 덧붙여 ‘선가귀감 : 마음 밝히는 선의 비결’을 내놓았다. 서산의 사유와 깨달음, 그리고 행적을 대담한 필치로 그려낸 대하소설 ‘천년의 전쟁’을 집필(현재 1·2권 출간) 중인 역해자 신지견은 첨단물리학과 심리학에 대한 식견까지 더해 새롭게 번역하고 해설했다.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은 시장 바닥의 잡담도 현상계의 이치를 설명한 좋은 말로 들릴 것이고, 제비가 지저귀는 소리도 사물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들릴 것이다.”
“흔히 제로를 무 또는 공이라고 한다. 선문에서는 이것을 ‘한 물건’이라고 한다. 이 한 물건이 위협적인 사고를 치자 우주가 만들어졌고, 엄청난 활력으로 팽창하고, 폭발하고, 증식하고, 요동하고, 뻗어나고, 소용돌이치고, 굽이치고, 찢어지고, 잦아들더니, 물체를 뒤흔들면서 온갖 일에 참견한다.”

역해자는 생소할 수도 있는 불교적 언어를 이처럼 현대인들이 쓰는 일상의 언어로 전달하려 노력했다. 때문에 번역과 해설 모두 교과서적인 것보다는 쉽게 읽히는 내용으로 바꾸려 했고, 덕분에 독자들은 조금 더 편안한 언어를 통해 ‘선가귀감’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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