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사 통역 인연으로
수행기 ‘가사’ 한국어 번역
감동 받았다는 독자 말에
조그만 재능기부로 행복감
내가 교육을 받고 난 지 몇 달쯤 지나서 이 법사님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선(禪)’이라는 중국어로 된 노래를 한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이 노래가 사람들을 선 경지로 이끄는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푸티 종사의 수행기 ‘가사(袈裟)’를 한국어로 번역 출판하는 것이었다. 노래 선의 가사는 길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번역하면서 그 내용을 음미하다보니 내 스스로가 감동을 받았다. ‘부처님은 항상 내 곁에 있었지만 우리가 늘 몰라보고 있었는데, 선의 경지에 가 보니 바로 부처님이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은 그 후로 항상 내 머리에서 맴돌았다.
‘가사’를 번역하는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그때 10여년 간 작업해 왔던 ‘자치통감’을 출판하기 위하여 교정하고 있었다. ‘자치통감’은 번역 원고로 8만매였고, 이를 출판했을 때 700쪽짜리 책 32권이나 되었으니 그 작업량은 엄청났다. 그 때 한참 이 작업을 하고 있어 다른 일에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보리선수에서 익힌 수행법을 매일 행하면서 수행 중에 이끄는 말 가운데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구제해야겠다고 서언하는 부분이 생각났다.
이 서원을 매일 습관적으로 하면서 실제로 일이 닥쳤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이를 마다할 수가 없었다.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기회가 된 것이다. 찾아서 해야 될 일이었는데 내게 저절로 다가 온 것이다. 바쁘다고 거절할 일은 아니었고 이 행운을 놓칠 수도 없었다. 즐겁고 고맙게 이 일을 맡았다.
열일 젖혀놓고 이 책을 번역했다. 번역하는 동안 몇 가지의 불가사의한 일을 경험했다. 하나는 ‘벽곡(?穀) 현상’이 내게 다가 온 것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 먹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물과 오이나 토마토 한 조각으로 식사를 대신하였는데 이 현상은 100일 간 지속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 벽곡 기간 중에 외교안보연구원에서 3일간 특강을 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하루에 3시간씩 3일을 강의해야 하는 일은 정신력과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어서 음식을 안 먹은 상태로 하기 힘든 것이다. 그런데 강의를 잘 마쳤다. 돌이켜보면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사’는 무사히 번역을 마치고 집사람이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출간하였다. 처음으로 한국에 정식으로 대수행자 진푸티 종사를 소개한 셈이었다. 진푸티 종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받아 본 어느 일간지 신문사의 문화담당기자는 ‘아름다운 지구인’이라는 칼럼을 통하여 신문에 소개를 했다. 그의 수행기만을 가지고 진푸티 종사의 아름다움이 느껴진 모양이다.
다음 해엔 진푸티 종사의 ‘깨달은 눈으로 본 인생’이라는 책도 번역 출판하였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인생의 변화를 느꼈고, 새로운 인생관을 가지게 되어 행복한 생활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진푸티 종사의 말씀을 우리말로 바꾸어 전한 것뿐이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조그만 재능이 이들을 도와 준 것 같아서 스스로 행복해 진다. 그래서 나와 집사람은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보급될 수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판권을 보리선수에 기증했다. 그리고 행복감을 느꼈다.
이 책들은 보리선수를 통하여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을 것이고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 지는 일에 내가 작은 기여라도 했다면, 선을 공부하고 싶어 발심수행한 덕택일 것이다.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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