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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차단타 자타카-하

자신을 죽인 왕비도 용서한 코끼리

▲ 인도 산치(Sanchi) 대탑 탑문의 차단타 자타카(Chaddanta Jātaka).

수밧다 왕비는 왕에게 꿈속에서 너무도 갖고 싶은 코끼리 상아를 보았는데 이것을 갖지 못하면 그냥 죽어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왕은 모든 사냥꾼들을 모아놓고 왕비에게 적당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했다. 왕비는 사냥꾼들의 과거를 살펴보고 현생의 데바닷타(Devadatta)에 해당되는 소누타라(Sonuttara)란 사냥꾼을 선택했다.

독화살 맞아 죽으면서도
왕비에게 상아까지 보시
참회한 왕비 아라한되다

왕비는 소누타라에게 히말라야 차단타 호수 서쪽 편 황금동굴에 8000마리의 성스러운 코끼리들이 있는데 이들의 우두머리 코끼리가 가지고 있는 6개의 상아를 원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소누타라는 ‘그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답하면서 차라리 왕의 금은보화를 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한다. 그러자 왕비는 자신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코끼리 왕의 상아가 아니라 왕의 목숨이라고 답한다. 소누타라는 기필코 왕비의 복수를 해주겠다고 답하고 7일 동안 사냥에 나설 준비를 했고, 왕비는 7일 동안 코끼리를 죽이기 위한 도구들을 준비했다. 차단타 호수까지 가기 위해서는 7개의 설산을 넘어가야 하는데 소누타라에게 7년 7개월 7일이 걸렸다고 한다. 차단타 호수에 도착한 소누타라는 코끼리무리를 발견했고 흰 코끼리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독화살로 차단타 코끼리를 죽일 준비를 했다.

밤새 준비를 마친 소누타라는 다음날 아침 코끼리 무리가 나타나자 준비한 독화살을 발사했다. 독화살을 맞은 차단타는 고통 속에서 크게 울부짖었고, 깜짝 놀란 코끼리 무리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소누타라는 노란색 승복을 입고 죽어가는 차단타 코끼리 앞에 나타났고, 고통 속에서 흥분한 차단타는 급히 마음을 진정했다. 인사를 하면서 그가 활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독화살을 발사한 사람임을 알아차린 후 말했다. “진리와 올바름을 멀리하고 사악함에 물든 사람은 노란색 승복을 입을 자격이 없습니다. 악을 멀리하고 진리와 올바름을 따르는 사람만이 승복을 입을 수 있습니다. 왜 당신은 저를 다치게 했습니까? 당신 스스로 한 일입니까? 아니면 누군가가 이 사악한 일을 시킨 것입니까?” 수밧다 왕비가 시킨 일이라고 답하자 차단타는 한때 자신의 부인이었던 출라수밧다가 계획하고 실행한 일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차단타는 소누타라와 수밧다 왕비에게 자신의 상아를 보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공덕으로 후에 자신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위대한 서원을 세운다. 소누타라는 거대한 코끼리왕의 상아를 자신의 힘만으로는 자를 수가 없었다. 죽어가는 차단타 코끼리는 자신의 코로 사냥꾼을 도와서 6개의 상아를 잘라내어 보시한다. 그리고 차단타는 이 영롱한 상아의 힘으로 소누타라는 7일 만에 바라나시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최후를 맞이한다. 바라나시로 돌아온 소누타라가 왕비에게 6개의 상아를 올리자 왕비는 처음에 기뻐하지만 곧 차단타가 죽었다는 생각에 슬픔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그 슬픔이 너무 커져 버려서 결국 왕비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비록 전생에서 흰 코끼리를 죽였지만 현생의 비구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게 되었고 부처님의 용서 속에 깨달음을 얻고 아라한이 되었다고 한다. 인도 산치대탑 서쪽 탑문 안쪽 부조에서 우리는 활을 들고 코끼리무리를 살펴보고 있는 사냥꾼 소누타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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