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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임을 위한 행진곡

기자명 성원 스님

군가 한번 불렀다고 군인되지 않아

 
어린이들은 적응력이 뛰어나다. 특히 상황 탄력성을 너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난 3월 봉축행사로 정신없는 가운데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가 주관한 제29회 전국어린이청소년 연꽃노래잔치에 출연했다. 제주에서 활동하다 보면 전국단위 행사라고 하는 곳에 참가하려면 단순한 참가비용조차 너무나 커 부담이 되곤 했다. 그래도 어린단원들을 위해서 활동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천진불에 민중가요 부르라니까
갑자기 ‘진짜 사나이’ 합창
노래 씩씩해 인터넷 통해 배워
훈육보다 다양성에 노출시켜야

노래잔치라고 하지만 경쟁해 시상까지 하다 보니 대회참가를 위해 나름 연습을 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단원들이 참가할 수가 없어 중창단으로 참가하게 되었는데 우리 단원들은 대회보다 서울 가는 일에 더 신 나 있었다. 조계사를 참배하고 공연장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너무 뜨겁게 고조돼 있었다. 참가 합창단들은 무대복을 입고 공연장 주변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었다. 덜컥 너무 쉽게 참가에 의의를 둔다는 생각만으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초파일을 맞이하려 화려하게 장엄된 조계사의 모습은 먼 섬나라에서 온 우리 단원들에게는 충분히 참배할만한 가치로 다가왔다. 소중하고 지극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날 저녁 서귀포 연꽃합창단 정기공연에 출연하기로 해 대회에 맨 먼저 합창하고 정말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제주로 돌아왔다. 서두른 덕분에 찬조 출연 10분 전에 도착하여 공연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슴 졸인 시간이었지만 마치고 나니 보람과 웃음만 남았다.

여러 행사로 축하를 미루다가 지난주 중창부문 우수상 수상으로 받은 시상금과 상장을 참가 단원들에게 전하고 함께 공양을 했다. 공양이 끝나고 합창단답게 모두 모여 잔디밭에서 참가곡을 다시 한 번 열창했다. 노래를 부르고 나서 장남삼아 이번에 5·18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불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보자며 손을 허리춤에 걸치고 오른팔을 들어 올리라고 하자마자 어린 단원들은 아래위로 손을 흔들며 ‘진짜사나이’를 합창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우스워 누가 가르쳐 주었느냐고 물으니 그냥 각자가 다운받아 봤다고 했다.

학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줄까 엄청 망설였는데 어린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유연한 사고를 한다는 것을 또 잊고 잊었구나 싶었다.

우리들도 어릴 때 병정놀이에서 군가를 부르며 살았지만 모두 군인이 되지 않았고 매일 아침 세뇌 당할 정도로 새마을 노래를 듣고 자랐지만 건설의 역군이 되지만은 않았지 않은가.

어린이들에게 특정한 무엇을 가르쳐 주입시키려 하거나 어떤 상황의 접근을 막으면서 선도하려는 훈육방법은 좋은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급적이면 많은 상황에 노출시켜 다양성을 가르치고 접하게 해주고 더 나은 길을 그들 각자가 선택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모두 아름답게만 사는 것이 아니듯 ‘임을 위한 행진곡’ 한번 불렀다고 모두가 임을 향해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매주 부르는 아이들을 어떻게 부처님께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다만 우공이산(愚公移山 :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의 마음으로 걸어갈 뿐이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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