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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신용구 작가

기자명 임연숙

연극적 행위로 생각 전하는 퍼포머

▲ ‘바람을 안고 가다’ 퍼포먼스 중 일부, 2003년 작.

온갖 꽃으로 만개한 유월이다. 형형색색의 꽃들, 자연 속의 야생화는 야생화대로, 꽃집의 꽃은 또, 그런대로 무조건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꽃도 피기 위해선 인고의 시기를 보내야 하고, 그 인고의 시기를 지나야 망울을 터트린다. 난초의 꽃을 보려면 전 해 겨울부터 70일 이상 휴지기를 가져야 한다고도 한다. 그렇게 잘 관리해야 다음해에 꽃을 볼 수 있다. 불교의 육법공양에서 꽃은 수행을 의미하고, 수행의 상징을 부처님께 올림으로써 부처님의 뜻을 받들고자 함이다.

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자연 속에서 구도자 퍼포먼스
사진·영상으로 시간예술 기록

시각예술은 그림이나 조각 등의 형태를 갖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소통한다. 이번에 만난 작품은 시간성이 가미된 퍼포먼스, 즉 행위예술의 흔적이다. 신용구 작가는 퍼포머이다.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몸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작가이다. 그러면서도 행위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닌,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행위 하나하나가 캔버스의 그림처럼, 혹은 그림이 되도록 염두하고 진행하는 퍼포먼스 작가이다.

현대 예술의 한 장르이자 융합의 시대에 더욱 더 관심이 가는 분야가 공연과 시각예술이 결합된 다원예술의 형태가 아닐까 한다. 퍼포먼스라는 장르 자체가 한 때는 1분 이상 넘어가면 어색하고 낯설어 작가도 관람객도 적응이 어려울 때가 있었다. 공연예술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시각적 효과가 중요해지고 시각예술에서도 시간개념이 도입되면서 장소성이 아닌 시간예술의 공간적 요소들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작가의 언어를 전달하는 방법의 하나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자기에게서 시작해 자기에게로 되돌려지는, 자아를 외부로 확장하고 내부로 심화시키는 과정을 순환 반복하는 작업은, 진정한 자아(불교에서의 진아)를 찾아 나서는 머나먼 여로와 다르지 않다… 움직임이 큰 여타의 퍼포먼스를 소설에 비유할 수 있다면 작가의 경우는 시에 가깝다. …작가의 퍼포먼스는 시적이고 정적인 여백이 있다. 이런 여백은 말할 것도 없이 자기 반성적인 작업의 경향과도 통한다.… 고충환(미술평론가의 글 발췌)”라는 평론가의 말처럼 신용구의 퍼포먼스는 한편의 시처럼 잔향이 남아있고, 기록된 이미지를 통해 또 한 번 현장의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행위예술가이며 퍼포먼서인 작가는 음악과 신체언어로 구성되는 무용이나, 여타의 무대 퍼포먼스와는 다른 움직임을 통해 살아있는 그림의 이미지들처럼, 새로운 용어를 쓰자면 이미지 퍼포먼스에 가깝다. 그것은 시각예술에 기반한 정적이 동작과 최소한의 몸으로 만들어내는 기호이자 라이브 조각과도 같다.

2003년 작품인 ‘바람을 안고 가다’라는 작품은 겨울에 북한강 주변에서 진행된 작품이다. 조각배를 짊어지고 작가는 물에 배를 띄운다. 인간의 삶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라는 끊임없는 자문을 표현하였다. 육지에서부터 시작된 퍼포먼스의 마지막 장면이다. 작가의 머리 위에 새와 나비로 시작해서 물위로 나가면서는 꽃이 되었다. 스스로 작은 조각배의 꽃이 되어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바람을 안고 자신의 깨달음을 향한다. 배 위에서 꽃잎을 강물 위에 뿌리면서 한편의 작품이 마무리된다. 자연의 공간은 그대로 사각 프레임이 되어 행위 하나하나가 그림처럼 이미지화되어 남아있다.

신용구 작가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것이 꽃이다. 꽃을 바치는 행위 또한 자주 등장한다. 꽃을 공양하는 마음으로, 때로는 꽃을 뿌리는 행위를 통해 마음속의 욕망을 걷어내는 상징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 나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을 캔버스 삼아 진행된 퍼포먼스는 이제 기술의 발달로 사진과 영상으로 시간예술의 기록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엄밀하게 그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했던 작품은 지나갔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꽃 공양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이 힘들다, 힘들다 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봐야겠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팀장 curator@sejongpac.or.kr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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