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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로터스월드·김안과병원 캄보디아 의안지원 캠페인

  • 교계
  • 입력 2017.06.15 16:26
  • 수정 2017.06.16 11:08
  • 댓글 1

“새 눈과 함께 세상 향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2년 전 제 때 치료 못해 안구 적출
5살 씨에비쌀 의안 받고 웃음 찾아

캄보디아 환경인한 안과질환 다수
의료기반·수준 열악해 적출 빈번
사후관리 안 돼 안면 기형 후유증
자존감 상실 원인 돼 사회 부적응

자신감 심는 적극적 자비행 실천
캄 치유손길에 한국 불자 동참을

엄마 품에 파고들어 수줍게 앉아 있던 아이가 거울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왼쪽에 끼워진 새로운 눈이 조금은 낯설지만, 붉은 색 살점만 보이던 곳에 예전처럼 눈이 생긴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세상을 볼 수 없는 눈이지만 자신 있게 세상에 다가설 수 있는 눈이기에 엄마의 얼굴에도 아이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 김안과병원은 2007년 불교계 국제개발 NGO인 로터스월드가 설립한 캄보디아 시엠립 BWC에 진료소를 마련하고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6월13일 캄보디아 시엠립 BWC(Beautiful World Cambodia)에서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는 김안과병원 진료소에 아침 일찍 썩싸남(33)씨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2년 전 시술한 의안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올해 5살이 된 씨에비쌀은 한쪽 눈이 없다. 3살 때 놀다가 철사에 눈이 찔린 탓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안과에 찾아가 소독 몇 번만 하면 치료할 수 있었겠지만 의료 환경이 좋지 않은 캄보디아에서는 안구 적출이 성행한다. 의료 기술이 낙후됐을 뿐 아니라 그나마 병원도 많지 않아 작은 병이 크게 키워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씨에비쌀의 경우도 그랬다. 엄마는 눈이 찔린 아들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에 갔다. 가까운 병원이라고 해도 이미 차를 타고 2시간 이상 달려온 상태, 아들의 왼쪽 눈은 더 이상 세상을 볼 수 없었다. 회복을 기대하고 온 병원에서 실명이 됐다는 것에 더해 감염이 돼 눈을 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말을 듣고 썩싸남씨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방긋방긋 웃으며 즐겁게 놀던 아이였다.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아이의 두 눈이 모두 사라질 상황이었다. 찢어지는 마음으로 안구 적출 수술에 동의했지만 갑작스레 일어난 모든 상황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순간의 사고였다. 아들은 이제 겨우 3살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아이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망연자실해 있는 그에게 의사선생님이 말했다.

▲ 김안과병원은 6월12~16일 진행된 의료봉사에서 백내장 수술 120건을 비롯해 안과, 내과, 개안 수술 등 1500명에게 자비의 인술을 펼쳤다.

“시엠립 BWC센터에 1년에 2번 한국에서 안과의사 선생님들이 방문해 의료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무료로 의안시술을 해준다고 하니 한번 찾아가 보세요.”

'의안'이라는 말에 당장 아들에게 해줘야겠다 마음먹고 알아봤지만 큰 병원에 가야하고 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 희망은 김안과의 의료봉사 뿐이었다. BWC센터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기다리는 100여일이 100년 같았다. 밝았던 아이는 안구 적출을 하고 나서 부쩍 말이 없어졌다. 어린 나이에 큰 수술을 받았던 탓도 있겠지만 거울 안의 얼굴이 이전까지와는 너무도 달랐던 까닭이다.

“엄마 나는 왜 눈이 하나만 있어요? 눈이 하나만 있는 거 보기 싫어요. 조금 더 자라면 눈이 또 생길 수 있는 거에요?”

아들이 물을 때 마다 눈물을 삼키며 아들을 꼭 안아 주었다. 차마 눈이 다시 생긴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씨에비쌀이 엄마에게 숨는 버릇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아이가 더 움츠려 들까 엄마는 애가 탔다.

2015년 11월 BWC 센터에서 김안과의 의료봉사가 시작되던 날, 엄마는 새벽부터 아이를 안고 달려왔다. 의사 선생님이 한국에서 가져온 의안을 넣자 아이의 눈에는 거짓말처럼 새 눈이 생겼다. 평소에 땅만 보며 거울은 절대 보지 않던 아이가 거울을 놓을 줄 몰랐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본 엄마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음의 주름도 펴졌다.

“어꾼찌란, 어꾼찌란….”
엄마는 감사하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다른 아이들과 같아진 모습에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눈을 매일 확인하며 웃는 아들의 모습에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평생을 움츠리고 살면 어떻게 하나 걱정스러웠는데 이제는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저도 힘을 내고 있습니다.”

 ▲ 강한 자외선과 청결하지 않은 환경으로 백내장 등 안과 질환이 많은 캄보디아에서는 의료 기반과 수준이 열악해 단순한 질환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

아들이 다쳤을 당시를 회고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는 썩싸남씨가 새 눈을 얻은 아들을 보며 이내 웃음을 되찾는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안과병원(원장 김용란)·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 스님)·법보신문(대표 김형규)은 2016년 1월 ‘캄보디아 의안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안과병원은 2007년 불교계 국제개발 NGO인 로터스월드가 설립한 캄보디아 시엠립 BWC에 진료소를 마련하고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료를 이어오는 동안 캄보디아에서 안구를 적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강한 자외선과 청결하지 않은 환경으로 백내장 등 안과 질환이 많은 캄보디아에서는 의료 기반과 수준이 열악해 단순한 질환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 때문에 소독만으로도 치료가 될 수 있는 단순한 안과 질환도 결국 큰 병으로 번져 안구를 적출하는 상황까지 이르곤 한다.

특히 영·유아시기에 안구를 적출하게 되면 성장함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사후관리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 시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면 골격기형과 아래 위 눈꺼풀이 붙는 등 후유장애가 발생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 갑작스런 얼굴 변형에 아이들은 자존감 상실 등 이중고를 겪게 된다. 따라서 의안 시술은 단순히 잃어버린 눈을 찾아주는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은 6월15일 김안과 진료소를 방문해 환자들의 상태를 살폈다.

김성주 김안과병원 성형안과센터 교수는 “의안은 단순히 눈이 생긴 것 뿐 아니라 내면의 자신감을 심어주어 사회적으로도 보다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개구쟁이 꼬마 라차나가 가족과 함께 BWC에 도착했다. 태어난 지 4개월이 채 안 돼 갑작스럽게 앓게 된 백내장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오른쪽 눈에 의안시술을 받기 위해서다. 라디오를 통해 김안과 진료를 알게 된 동네사람이 생선가게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라차나 가족에게 방문을 권했던 것이다. 아들의 하얀 눈을 보며 끓였던 속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온 가족이 차를 타고 1시간을 달려왔다. 하지만 6살 라차나가 견디기에는 의안이 너무 아파 다음을 기약했다. 김안과병원은 라차나를 위한 맞춤 의안을 제작해 11월 의료봉사 때 시술하기로 했다.

앞서 6월12일 오후 왼쪽 눈에 의안을 끼고 빠이 라짜나(44)씨가 김안과 진료소를 찾았다. 라디오를 통해 한국의 김안과병원이 6월12~16일 시엠립 BWC에서 의료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빠이 라짜나 씨는 캄보디아 내전 시 눈에 파편이 들어가 안구를 적출했다. 13살 소녀에게 감당하기 힘들었던 상처는 빠이 라짜나씨를 30년 가까이 집에만 묶어 두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 소녀 같은 모습이 남아있는 빠이 라짜나씨는 직업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 안구 적출 수술이후 일반사람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에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집안일을 도우며 지낸 탓이다. 눈이 없어 너무 힘들었다며 어렵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왼쪽 눈에 파편이 들어가 수술을 하는데 눈을 빼지 않으면 다른 눈마저 위험하다는 이야기에 어쩔 수 없이 적출 수술을 했습니다. 빼낸 눈에 근육이 차오르며 메꾸어지는데 제대로 아물지도 않아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나마 있던 오른쪽 눈도 점점 침침해져 김안과를 찾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던 빠이 라짜나씨는 그때의 고통이 다시 생각나는 듯 연신 얼굴을 찌푸렸다. 3년 전 프놈펜 병원에서 큰돈을 들여 의안시술을 했지만 잘 맞지 않아 김안과 진료소를 찾은 것이다. 새로운 의안을 끼고 거울을 들여다보는 빠이 라짜나씨의 얼굴이 밝아졌다. 김안과병원에서 맞춤 제작한 의안이 잘 맞았던 것이다. 빠이 라짜나씨는 “눈도 아프지 않고 제 오른쪽 눈과 비슷해 진짜 눈같이 보인다”며 “앞으로 훨씬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 김안과 진료소를 다시 찾아 자신에게 맞는 의안을 끼운 씨에비쌀이 엄마를 보고 수줍게 웃고있다.  

김안과병원은 6월12~16일 진행된 의료봉사에서 백내장 수술 120건을 비롯해 안과, 내과, 개안 수술 등 1500명에게 자비의 인술을 펼쳤다. 이번 기간 의안 환자는 10여명 정도 방문했다.

서울에서 의안 샘플을 가져와 환자에게 맞는 것을 끼워주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샘플용 의안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이런 경우 김안과는 다음 번 의료봉사 시 아이들을 위한 의안을 제작해 끼워주고 있다. 의안의 평균 수명은 5년 정도지만 환자에 따라 2~3년에 한 번씩 의안을 교환해 주어야 한다. 성장과 노화에 따라 눈의 상태가 변하기 때문이다. 의료용 합성수지가 주재료인 의안은 100%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보통 의안의 비용은 80만원 상당.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 새로운 의안을 끼운 빠이 라짜나씨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활짝 웃었다.

로터스 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은 “로터스월드와 김안과 병원, 법보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의안지원 캠페인은 한 아이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인재불사”라며 “한국 불교가 캄보디아에 전하는 치유의 손길에 한국 불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안 캠페인 후원계좌 : 신한은행 100-031-244305 예금주 (사)로터스월드. 02)725-4277

캄보디아 시엠립=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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