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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치료 넘어 죽음의 고통 돌보는 자비행”

  • 교계
  • 입력 2017.06.16 14:23
  • 수정 2017.06.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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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 앞둔 불교호스피스-하

▲ 불교호스피스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육체적·정신적 치유를 위한 전인적 의료서비스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결혼 몇 개월 전 급성 위암 말기 판정 받은 26살 예비신부는 2개월 시한부 인생이었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환자에게 스님은 아미타삼존도를 보여주며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설명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삼귀오계를 수지하고 손목에 염주를 찼다. 극락을 향한 믿음이 강해진 그녀는 틈만 나면 스님과 아미타불 노래를 부르다 혼자 외워 불렀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미타불 부르던 그녀는 어머니가 병실로 들어오자 두 팔로 목을 끌어안았다. “부처님 오셨니? 잘 가거라….” 잠시 후 숨소리가 멈췄다. 울다 지쳐 쓰러진 어머니 꿈에 나타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부처님이 날 안고 갔어.”

전문인력 수요 늘 전망
불교계 호스피스 절실
‘지장경’·아미타 48대원
임종 앞둔 환자·가족에
삶의 마지막 여정 도와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이사장 능행 스님이 겪은 죽음 중 기억에 남은 임종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8월4일 시행됨에 따라 불교호스피스를 향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해지고 있다. 말기 암환자에서 간경화, 폐쇄성 호흡기 질환, 에이즈까지 호스피스 적용범위 확대로 전문 인력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불교계에서도 꾸준히 영적 돌봄가나 자원봉사자 양성교육을 해왔다. 문제는 교육을 수료한 봉사자들이 현장 활동에서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100명 중 10명도 건지기 어렵다”는 토로마저 나온다. 실제 여성 전문 호스피스 인력 150명을 양성한 광림사 연화원 이사장 해성 스님은 20명과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광림사 신도가 80%다. 신심과 수행이 배제된 전문인력들 이탈은 불교 소양교육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다.

사실 부처님 가르침 담긴 경전에는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을 위한 호스피스 관련 내용이 많다. ‘지장경’ 제7품 ‘이익존망품’에는 “미래 현재의 중생들이 죽을 때 한 부처님이나 한 보살님이나 벽지불 이름을 들어도 유죄 무죄를 불문하고 다 해탈한다”고 했다. ‘증일아함경’에서 부처님은 “병자를 돌봐 주는 이는 곧 나를 돌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참다운 보시라고 했다. 아미타불 48원 본원력에도 업장 두터운 죄 많은 중생이 극락에 태어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극한 마음으로 불국토에 태어나려는 이는 내 이름을 염하면 왕생’ ‘불국토에 태어나려는 중생들은 그들이 임종할 때 내가 그들을 맞는다’ 등 아미타불이 된 법장비구 48대원에도 잘 나타나 있다.

불교호스피스 소의경전으로 ‘지장경’을 꼽은 대구의료원 지도법사 정법 스님은 “환자뿐 아니라 사별가족의 종교적 이완과 심리적 안정을 도와야한다”며 “‘지장경’에 근거한 49재와 백중은 망자와 산 사람을 위한 이별여행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호스피스란 죽음에 가까워진 환자와 가족들이 정신적,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의 문제들을 해소하고 존엄성을 지키며 인간적인 마지막 삶을 누리도록 영적돌봄을 제공하는 전인적 의료활동이다. 때문에 호스피스 영역에서 불교는 꼭 필요하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 견해다. 병을 간호하는 일은 고귀한 삶이자 사무량심을 닦는 수행이라는 설명이다.

불교호스피스협회 이사장 능행 스님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사후 세계의 두려움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무화시킴으로써 죽음을 삶의 마지막 여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님은 “부처님처럼 생사문제를 해결하고자 출가한 스님들이 죽음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며  “비구비구니가 됐을 때 대승보살도를 실천할 수 있도록 중앙승가대·동국대·사찰승가대학 등 기본교육기관에서 특강 형식을 빌려서라도 불교호스피스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불교호스피스협회에 등록된 전문인력은 영적돌봄가와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524명이다. 다경(서울성모병원)·선문(국립의료원)·성찬(서울서남병원)·자우(서울서북병원)·재마(서울대학병원)·현서(수원아주대학병원)·도우(정토마을자재요양병원)·화정(울산대학병원)·법휘(동래성모병원)·능인(충남대학병원)·경원(대전성모병원) 스님 등 11명이 영적돌봄가로 활동 중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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