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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중죄금일참회(殺生重罪今日懺悔)

조류독감 살처분은 야만

작년 11월부터 시작됐던 조류독감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6월 중순인데 날씨는 한여름이다. 미리 달려온 날씨가 무색하게 감기의 일종인 조류독감이 유행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지난 7개월간 오리와 닭 3300만 마리가 땅에 생매장됐다는 사실이다. 대량살육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정부는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발생지를 중심으로 주변 500m안 가금류를 산채로 땅에 묻어버린다. 조류독감 감염여부와 관계없다. 이렇게 7개월간 1분에 370마리, 1초에 6마리 꼴로 닭과 오리들이 죽어나갔다. 물론 오리와 닭을 잘 키운다 해도 가축인 이상 결국은 식탁에 오를 것이다.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을 운명이다. 또 이들 오리와 닭을 생명이 아닌 식품으로 바라보면 살처분을 물건의 폐기 이상의 관점으로 보기는 힘들다. 정부가 오리와 닭은 산채로 땅에 묻으면서도 야만적 살생에 대한 죄스러움보다는 재산상의 손실이나 물가변동에 더욱 촉각을 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조류독감은 살처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인공으로 부화돼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에 버무려진 사료를 먹고 자란 오리와 닭이 조류독감에 대한 저항력을 갖기는 힘들다. 대규모 집단사육은 한 마리만 감염돼도 집단발병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 이렇게 사육한 오리와 닭이 건강한 식품일리도 만무하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런 공장식 축산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성이 있다.   

세월이 갈수록 동물의 생명권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개고기를 찾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오리와 닭도 세월이 지나면 개와 같은 반려동물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병이 나면 치료해주고,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고통 없이 죽게 해야 한다. ‘천수경’의 십악참회(十惡懺悔) 첫 번째가 살생중죄금일참회(殺生重罪今日懺悔)이다. 황사가 사라져 눈부신 햇살, 그러나 수많은 생명들이 산채로 매장되는 참혹한  세상에, 무거운 마음으로 살생중죄금일참회를 되뇌어본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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