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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아 강북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상

부처님이 보여주신 길 따라 19년

 
“박 선생! 이리 와봐”

찬불가 통해 불법 가슴에 새겨
스님 권유로 사회복지 길 걸어

어르신이 부르는 소리에 다가가보니 바지주머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주신다. 받아든 사탕은 더운 날씨에 녹아 비닐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어렵게 비닐을 벗겨 입안에 사탕을 넣었다.

“어르신, 사탕이 참 맛있어요.”

나를 보는 어르신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진다. 입안의 사탕과 함께 업무로 받은 스트레스가 녹는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분들의 작은 마음이 전해질 때면 쌓였던 피로는 싹 풀리고 만다. 나는 불교계 첫 장애인복지시설인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 덧 19년. 한 복지관에서 19년이라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작은 정말 우연이었다. 부처님과 몇 번의 우연이 쌓여 복지관으로 온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첫 인연은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당시 친구 따라 교회도 가보고 성당도 가봤지만 9살 무렵 어머니와 함께 갔던 칠보사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첫 방문에 특별한 추억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법당에 들어섰을 때 편안함이 너무나 커서 불교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기회가 될 때마다 절에 가는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 그 인연이 합창단 활동으로 이어졌다. 칠보사의 자랑거리인 어린이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부처님과 더욱 가까워졌다. 찬불가를 부르며 한 소절 한 소절 부처님을 마음에 새겼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더 이상 합창단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마음속엔 언제나 부처님이 함께했다. 대학교 진학시기가 다가오자 부처님 공부를 깊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알고 싶었던 부처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동국대 불교학과에 지원했다. 잔뜩 기대를 했으나 결과는 낙방이었다. 대학진학 시기를 늦출 수 없어 독학사 공부를 시작했고 한 사찰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 입학했다.

▲ 2017년 첫 개관일, 복지관 로비에서 이용자를 맞이하는 박은아 사무국장과 직원들.

불교를 공부하면서 ‘부처님 법을 전하며 살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포교사제도를 알게 돼 응시했다. 이번엔 단번에 합격이었다. 하지만 포교사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는 생계가 보장되지 않음을 곧 알게 됐다. 직장을 구해야했다. 부처님 인연이 다시 다가왔다. 개운사에 다니던 것이 계기가 돼 중앙승가대동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게 됐다. 중앙승가대에서 일을 한 지 1년 후 1994년 종단개혁과 함께 총무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호법부와 총무부에서 총 4년을 근무했다. 친절하고 싹싹한 모습을 좋게 봐주셨는지 한 스님께서 사회복지를 공부해 보라고 권유했다.

‘사회복지?’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왠지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불교사회복지를 전공으로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스님께서 나를 믿고 권한 공부라 끝을 맺고 싶었다. 그렇게 불교복지의 길에 한 걸음 떼었을 때, 강북장애인 복지관 개관이 결정됐다. 그리고 나는 개관 멤버 중 한 명으로 선발돼 복지관 개관준비에 들어갔다. 1998년 복지관에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내가 19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저 부처님이 보여주시는 대로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정리=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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