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엄경’은 우리나라에서도 원효 스님과 의상 스님 이래 연구가 활발했다. 그 중에서도 의상 스님은 이 화엄사상을 210자로 농축해 게송으로 표현함으로써 널리 보급하고자 애썼다. 바로 ‘법성게’다.
이 책 ‘고쳐 풀이한 법성게 : 그 공능과 쓰임새’는 한국불교에서 경전처럼 중요시되어 온 ‘법성게’를 전면적으로 재배치하고 조정해 새롭게 풀이했다. 의상 스님의 ‘법성게’는 ‘화엄일승법계도’의 게송 부분으로, 7언 30구 210자의 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순서도 정확하게 ‘화엄경’의 내용 전개에 따라 해석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법성게’에 대한 해석을 전면적으로 재정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글자 위치까지 바꾸는 대담한 시도를 감행했다.
저자는 먼저 “‘법성게’가 위없이 깊고 미묘한 부처님 말씀에 가장 쉬이, 가장 가까이, 가장 온전히 다가갈 수 있는 키워드의 하나이자, 모든 종교의 근본 교리를 변별할 수 있는 척도 내지 준거이자, 바른 종교와 그릇된 사교의 변별 준거가 된다”고 밝히며 그 위대함을 칭송했다. 그럼에도 ‘법성게’가 지닌 공능과 쓰임새가 현대 인류의 진정한 복지증진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여러 대승경론 등을 참고하여 ‘법성게’의 전개 순서와 번역을 현대적 상황과 이치에 맞도록 고쳐 풀이하고 있다.
책은 제1부에서 ‘법성게’가 만들어진 경위와 과정을 중심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고친 내용과 이유를 제시했다. 이어 ‘고친 법성게’란 이름으로 ‘법성게’의 내용을 새롭게 배치하여 번역하고 해석했다. 제2부에서는 ‘법성게’의 공능과 쓰임새를 검토함으로써 제1부에서 새롭게 풀이한 ‘법성게’의 의의와 가치를 현대 인류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어떻게 유의미하게 활용할 것인가를 다뤘다.
“한 개인의 만용이 아니라, 현대적 삶에 가치를 더해주는 작업에 온 힘을 다했다”고 강조한 ‘고쳐 풀이한 법성게’가 합당한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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