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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유생이 사찰·경관에 감동[br]기록으로 남긴 내포가야산 유람기

  • 불서
  • 입력 2017.06.19 16:08
  • 수정 2017.06.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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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삼매’ / 이철환 지음·이대형 옮김 / 보원사

▲ ‘상산삼매’
“어제 들으니, 보원사의 승려가 말하기를 ‘보원사에서 옛날부터 공양드려온 철로 주조한 약사불과 보현보살의 법상은 동시에 만들어졌고, 역대로 이어져 오면서 바탕에 칠을 하지 않았는데, 근세에 망녕되고 용렬한 비구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일꾼을 모집하여 금칠을 하였다. 이 이후로 총림의 운수가 날마다 쇠퇴하고 침체하여 드날리지 못하였고, 지금 극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개 약사는 약왕과 약상 두 법왕자를 통칭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도 두 존상을 함께 주조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금신(金身)을 보니 긁히고 상처 난 곳에 진흙이 드러나 있다. 아아, 말을 상고하기 어려운 게 이런 지경에 이르렀구나.”

1753년 11월23일 내포 보원사(지금의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에 들른 유생 이철환은 보원사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옮겼다. 1753년 10월9일 소래포구에서 묵은 이철환은 11일 정오 무렵 배를 타고 출발한 후 폭풍우를 맞아 표류하다가 13일 인천 백아도에 정박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해 18일 예산군 고덕면 장천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내포가야산 유람을 시작해 이듬해인 1754년 2월까지 그곳의 경관을 둘러보는 한편, 사찰과 암자 곳곳을 유람하며 기록으로 남긴 것이 ‘상산삼매(象山三昧)’다.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1책 45장으로 된 필사본의 ‘상산삼매(象山三昧)’는 18세기 조선 유생이 남긴 내포가야산 유람기라 할 수 있다. 이철환은 보원사에서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절에 얽힌 일화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전각의 규모나 생김새, 불상의 모습 등도 듣고 확인한 대로 옮겼다. 또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탑비 등은 내용을 옮겨 전하기도 했다.

▲ 석탑과 몇몇 석부재만 남은 보원사 전경.

뿐만 아니다. “근래에 어떤 선비가 풍수가의 말을 믿어서 불전 뒤에 있는 산기슭에 장지를 정했다. 그곳에는 원래 석탑이 있었는데 해체해서 허물어버렸다. 그 탑 속에 사리 10과가 유리백정병에 담겨 있었고 그 밑에 보배 옥으로 된 연못 모양의 항아리가 받치고 있었다. 선비는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려워 으슥한 곳에 몰래 두었다.…승려들이 가져다가 보현사 약사불상 앞에 모셨다. 바로 이때 불전 위로 크게 광명이 펼쳐지니 상서로운 기운이 하늘에 닿았고 멀리 보원사에 이르렀다. 승려들이 석공을 불러 새로운 탑을 세우고 길이 그곳에 모셔두었다. 지금 보원사 뒤에 있는데 이때부터 자주 괴이한 빛이 두 사찰을 떠돈다고 한다”며 그곳에서 있었던 근래의 일까지 세세하게 듣고 옮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다. 때문에 패망한 백제의 역사는 제대로 남아 있지 않고, 특히 불교 관련 기록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보원사 역시 서산 용현계곡 국보 84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과 보물로 지정된 5점의 석조물, 파편의 석부재와 와편들이 지난 역사를 일러줄 뿐, 옛 모습은 그저 추정할 뿐이다.

그래서 ‘상산삼매’는 260년 전 조선 유생의 시각으로만 본 아쉬움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원사와 가야사 등 가야산 일대 100여개 가까운 사찰들에 대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엿 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작지 않다. 또한 당시 사찰에 살고 있던 스님들의 다양한 기예까지도 기록된 ‘상산삼매’는 가야산 성역화와 보원사 복원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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